대규모 리콜사태로 연일 미국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이번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짓궂은 농담의 소재가 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열린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개회사를 맡은 두 명의 진행자, 스티브 마틴과 알렉 볼드윈은 행사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갖은 농담을 쏟아내던 중 갑작스레 도요타의 리콜 사태를 풍자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날 감독상 후보에 함께 올라 경합을 벌인 캐서린 비글로우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전(前) 부부 사이였던 점에 착안, '장미의 전쟁'이라고도 불린 이들의 경쟁구도를 부각시키기 위해 '도요타 조크(joke)'를 구사했다.

볼드윈은 먼저 "감독상 후보에 오른 걸 축하하기 위해 비글로우가 카메론에게 시한폭탄이 담긴 선물바구니를 보냈다"고 운을 뗐다. 이날 감독상을 차지한 비글로우 감독의 영화 '허트 로커'가 미군 폭탄 제거반의 이야기를 다룬 것에 따른 풍자였다.

이에 마틴은 "카메론은 답례로 비글로우에게 도요타 자동차를 한 대 보냈다"고 받아쳤다. 이는 급발진 사고로 인명 피해를 초래한 도요타의 리콜 사태를 빗댄 것으로, '도요타는 시한폭탄에 준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셈이다.

이들의 '수위 높은 익살'에 객석은 웃음소리 반, '다소 지나치다'고 지적하는 듯한 야유 반으로 채워졌다. 특히 문제의 발언 직후 카메라에 잡힌 배우 조지 클루니는 굳은 표정으로 무대를 응시해 눈길을 끌었다. 클루니를 비롯, 캘리포니아주의 헐리우드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영화배우 상당수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자신의 애마로 삼고 있다.

한편 이날 시상식이 전파를 타고 미 전역에 중계된 직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도요타 조크'의 수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 등에서는 댓글을 통해 '유머로 받아넘기기에는 말이 너무 지나치다', '도요타의 털면 털수록 나오는 결함 문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는 등의 의견이 엇갈리며 설전이 한창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공교롭게도 이날 시상식의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를 언급,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더군다나 이날 남우주연상은 현대차 미국 광고의 단골 출연진이었던 제프 브리지스에게 돌아가 애먼 현대차를 향한 '의혹'을 키웠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