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중요 형사사건을 판사 3∼4명이 하나의 부를 이뤄 재판하는 현행 재정 합의 제도를 전면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재정합의 결정 사유를 규정한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를 대법원 규칙으로 승격하는 방안과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해 재정합의 규정을 두는 방안을 놓고 심도있게 검토중이다. 현재 각 법원은 법원장이 사건 배당에 앞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을 재정 합의부에 맡기거나, 이미 사건을 배당받은 단독판사가 자신의 사건을 재정합의부가 심판해 달라고 회부하는 등 2가지 형태로 재정합의 제도를 운용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1심에서 단독판사와 합의부로 관할을 나눠 재판하고 있고, 재정합의 결정은 단순한 사법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상 국민의 재판권 문제인 만큼 내부규칙인 예규로 이를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재정합의에 관한 예규를 한단계 높은 규칙으로 승격시키거나, 형사소송규칙에 관련 내용을 넣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개선책을 연구중이다. 대법원은 또 재정합의 결정 사유를 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내용으로 고칠 계획이다. 현행 예규상 재정합의 대상은 '선례나 판례가 없는 사건 또는 선례나 판례가 엇갈리는 사건'이나 '사실관계나 쟁점이 복잡한 사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 '동일 유형의 사건이 여러 재판부에 흩어져 통일적이고 시범적인 처리가 필요한 사건 등인데 이는 너무 추상적이고 주관적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현재 대법원의 소부-전원합의체의 관계가 하급심의 단독판사-합의부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보고, 법원조직법상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해야 하는 사유를 재정합의 제도에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원합의체가 맡는 사건은 명령 또는 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함을 인정하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 선례나 판례가 없는 사건 또는 선례나 판례가 엇갈리는 사건, 사건 성격상 합의체로 심판하는 것이 적절한 사건 등이다. 대법원은 단독판사가 선례와 다른 견해를 가진 경우도 합의부를 구성토록 하면 '독단적 판결'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행 재정합의 제도의 운용을 둘러싸고 '임의적 배당은 안된다', '중요 사건은 합의부가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서로 다른 주장이 제기되는데, 모두 충족시키가 쉽지 않다"며 "현 제도를 일정기간 더 시행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