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내 증시는 향후 방향성 모색과 함께 숨고르기 장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가 누적된 데다 기술적 저항선 돌파에 따른 진정성 확인 과정도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 역시 최근 증시 반등에 대해 추세적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주가 반등은 대외 악재 해소에 따른 주가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번주 후반에 예정된 중국의 물가지표와 막바지 조율에 나서는 유럽발 재정건전성 이슈 등도 증시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국내 경기모멘텀 둔화가 여전히 부담인 만큼 1분기 기업실적이 확인되는 내달 초중반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대외 악재가 대부분 해소되면서 안도랠리가 추가로 이어질 여지는 충분하지만 남아 있는 변수들도 많아 지수보다는 종목별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뉴욕 증시는 AIG의 인수·합병(M&A)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지만 지난주말 급등한데 따른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며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8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날보다 13.68포인트(0.13%) 하락한 10552.52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0.2포인트(0.02%) 떨어진 1138.50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5.86포인트(0.25%) 오른 2332.21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7주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 삼성증권 "증시, 아직 추세 상승 아니다"

삼성증권은 전날 증시 반등은 대외 악재 일부 해소에 따른 일시적인 것으로 연중 고점 돌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단기 관점에서 업종별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외 악재가 부분적으로 해소되면서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을 일시적으로 상회했지만 연중 고점 돌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악재가 일부 약화됐을 뿐 중국의 대출금리 인상 등 잠재적 악재가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유로존(G3) 악재 돌출 이전의 주가 수준으로 회복은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따라서 단기적으로 소재 운송 등 대외 악재 해소의 직접 수혜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고했다.

정 연구원은 "내부 변수만 놓고 보면 추세 상승의 모멘텀은 1분기 실적발표 결과가 될 것이고, 우려와 달리 기존 주도업종의 실적이 양호할 경우 지수 상단은 한 차례 높아질 수 있다"면서 "1분기 실적이 구체화되는 내달초중반까지는 박스권 장세의 연장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 반등이 나올 경우 주식 비중을 줄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다만 단기적 관점에서는 소재, 운송, 중국 관련 내수주는 비중을 늘리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동양종금증권 "외국인 매수세 지속되기 힘들다"

동양종금증권은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며 주식 매수를 서두르지 말 것을 조언했다.

전날 외국인이 연중 최대 순매수를 기록하며 코스피 지수가 166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거래가 증가하며 주가가 하락하는 2사분면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4대 핵심변수인 미국경제 더블딥, G2(미국, 중국) 긴축, 남유럽 재정위기, 경기모멘텀 둔화 중 하나라도 문제가 될 경우 현실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 애널리스트는 "현재 글로벌 경기는 모멘텀 둔화에 직면하고 있다"며 "중국에 이어 한국 경기선행지수가 하락반전했고, 미국도 고점이 멀지 않은 모습"이라고 밝혔다.

국내 투자자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은 외국인의 순매수 뿐인데, 외국인의 매수세 지속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제시장에서 한국주식은 대표적인 '경기민감' 가치주로 분류된다"며 "지금처럼 글로벌 모멘텀 둔화 국면에서 전세계 투자자금이 한국주식 비중을 늘릴 동인은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원 애널리스트는 "현 국면은 조정국면 내 단기반등"이라며 "주식을 사는 것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 신한금융투자 "안도랠리 가능, 하지만 변수도 여전"

신한금융투자는 대외 악재가 대부분 해소되면서 안도랠리가 추가로 이어질 여지는 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변수들도 많다며 지수보다는 종목별 대응을 주문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주 후반에 예정된 중국의 물가지표와 막바지 조율에 나서는 유럽발 재정건전성 이슈 등은 증시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집중됐던 중국 양회 개막과 미국 고용지표 발표, 그리스 국채 발행 등 굵직한 이슈는 증시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됐지만 아직도 불확실성 요인이 여전한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경우 전년대비 38%의 개선이 기대되는 수출지표와 18%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매판매 지표는 증시에 긍정적 이슈지만 빠른 물가상승으로 긴축에 대한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럽발 이슈도 오는 16일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강도를 높여가는 그리스의 자구책 마련과정의 반발이나 지원주체 사이의 불협화음을 우려 사항으로 지목했다.

따라서 국내 대표 기업들의 경쟁력과 실적 기대감을 바탕으로 3월 이후 외국인들의 관심이 유지되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조선 대표주들에 대한 매수전략을 권고했다.

아울러 중국의 내수진작책 집행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유통, 소비재 관련주들에 대한 분할 매수 전략도 가능한 대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한 연구원은 "근저에 자리한 국내 경기모멘텀 둔화 우려도 부담"이라며 "지수의 경기선 안착 여부를 지켜보면서 장세 대응의 근간은 양호한 수급과 실적 기대감이 유지되는 업종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현대증권 "증시 자금 감소세 완화될 것"

현대증권은 추가적인 외국인 매수세가 기대되며 증시 주변 자금 흐름도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수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은 전일까지 5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했다"며 "이는 그리스 국채발행 성공과 미국 고용지표 개선, 중국의 경기부양 지속 등을 확인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매동향과 상관관계가 높은 한국관련 해외뮤추얼 펀드로도 3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3주간의 순유입 규모는 지난 1월말 이후 이어진 글로벌 악재 출현에 따른 자금 순유출 규모를 넘어선 것"이라며 "추가적인 외국인 순매수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유 애널리스트는 "개인의 순매도 규모가 증가하고 있고, 고객예탁금과 신용융자 가 연초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증시주변 자금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시장 변동성 확대의 원인이 되었던 재료들이 희석되고 경기 개선 기대에 따른 긍정적인 요인의 시장 영향력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증시주변 자금의 흐름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