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웹젠ㆍNHN게임스, 사실상 한몸인 두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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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중순. 미래에셋증권이 분석한 웹젠 보고서에 흥미로운 내용이 실렸다. 웹젠이 작년 말부터 NHN게임스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어 물리적으로 두 회사가 합병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웹젠은 창업주인 김남주 전 대표가 2008년 9월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NHN게임스에 인수됐다. 이후 증권가에서는 이들 두 회사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았다.
논리는 간단했다. 그룹 내 게임개발사가 굳이 두 곳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NHN게임스가 비상장사니 웹젠과 합치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하는 효과도 있다.
급기야 작년 1월 한국거래소는 웹젠에 NHN게임스와의 합병설에 대한 사실 여부를 밝히라고 요구했고, 웹젠은 곧바로 “합병을 검토한 바 없다”고 조회공시를 통해 부인했다.
◆웹젠 주가 상승이 달갑지 않은 NHN게임스
기자가 최근 찾은 서울 구로동의 한 오피스빌딩 14층. 건물 중앙을 가로막은 통 유리창을 경계로 웹젠의 스튜디오와 NHN게임스의 스튜디오가 마주보고 있다.
중앙 통로에 들어서면 양편에 두 회사 스튜디오가 빤히 보인다. 그 사이를 개발자들이 바삐 움직인다. 웹젠과 NHN게임스 직원들 간 분간이 없다. 문이 있지만 목에 걸린 출입증만 대면 어디든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다.
휴게실이나 회의실 등은 아예 같은 공간에 있다. 김영란 웹젠 홍보팀장은 “직원 수대로 사무실 임대료를 분담한다”고 귀띔했다.
김창근 웹젠 대표를 만나기 위해 사장실 입구에서 기다리는 동안 옆 방을 바라봤다. NHN게임스 사장실이 나란히 있다.
김 대표는 무늬가 없는 흰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손님을 맞았다.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나름 신경쓴 것이라 했다.
대뜸 “웹젠과 NHN게임스이 한 회사 아니냐”고 물었다. 김 대표의 얼굴에 깃들었던 미소가 사라졌다.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은 듯한 인상이다.
“웹젠은 NHN게임스의 자회사 입니다. NHN게임스가 NHN의 자회사 이듯이…”
그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두 회사 간 합병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밸류(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할 겁니다. 웹젠 자체로도 역량이 있기 때문에 당장 합병할 이유는 없습니다”
작년 실적으로 화제를 돌렸다. 웹젠은 지난해 매출 278억원, 영업손실 15억원, 당기순이익 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증권사들의 기존 예상치에 한참 못미치는 것이다.
“4분기에 대만 법인의 매출채권 등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면서 부실을 털어낸 게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100% 자회사인 웹젠 타이완이 모회사 돈을 떼먹을리 없다”면서 “그럼에도 매출채권과 대여금 등을 상각한 것은 합병을 위한 수순”이라고 해석했다.
회사 간 합병은 합병비율 산정이 가장 중요하다. 이 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주들의 지분율이 결정되서다. NHN게임스 주주 입장에서는 합병 시 NHN게임스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웹젠 가치가 낮게 평가되어야 합병 법인의 지분을 많이 취득할수 있다.
따라서 만약 NHN게임스가 웹젠과의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면 실적 턴어라운드는 합병 이후로 미루는 게 좋다. 웹젠의 주가가 낮을수록 좋다는 얘기다.
또 합병할 때 주식매수청구권(합병 시 이를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되사달라고 요구할수 있는 권리)을 고려해도 웹젠 주가가 오르는 게 NHN게임스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다.
물론 김 대표는 “2008년 10월 대표로 선임된 이후 지난해 전 경영진의 부실을 털어내기 바빴다”면서 “충당금 설정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달라”고 달리 설명했다.
◆“합병하면 매출 1천억 회사 가능”
그럼 실제 합병을 하면 좋아지기는 한 걸까. 웹젠의 간판 게임은 MMORPG(다중접속온라인게임) ‘뮤 온라인’이다. 서비스 초기인 2003년 한때 이 게임 하나로만 연간 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웹젠은 ‘뮤 온라인’ 이후 이렇다 할 신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후 나온 ‘선’은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고, ‘헉슬리’는 출시가 계속 지연되면서 게이머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줬다.
그나마 지난해 ‘뮤 온라인’을 부분 유료화 한 ‘뮤 블루’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게 위안이다. ‘헉슬리’도 올해 상용화 할 예정이어서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에는 ‘뮤 온라인’의 후속작 ‘뮤2’가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 NHN게임스가 각각 연간 100억원 가량씩 매출을 올리는 ‘R2’, ‘C9’, ‘아크로드’가 합쳐지면 제법 모양새가 갖춰진다.
더구나 NHN게임스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이익이다. NHN게임스는 2008년 매출 243억원과 영업이익 144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회사인 웹젠이 NHN게임스와 만나면 수익성이 개선될 수밖에 없다. 또 경영을 지원하는 부서와 스튜디오를 통합하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사실 이미 일정 부분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하다.
웹젠이 유동화할 수 있는 1000억원 가량의 자금도 관심이다. 당장 800억원 가까운 현금성 자산이 있고, 자사주와 부동산 등도 상당하다.
김 대표는 이 자금을 “좋은 개발사에 투자하거나 직접 M&A(인수ㆍ합병)하는 데 쓸 것”이라고 했다.
웹젠 관계자는 “두 회사가 합친다면 매출 1000억원과 영업이익률 30% 수준의 합병법인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찌됐든 합병설은 실제 합병이 성사된 이후에나 잦아들 듯하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
웹젠은 창업주인 김남주 전 대표가 2008년 9월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NHN게임스에 인수됐다. 이후 증권가에서는 이들 두 회사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았다.
논리는 간단했다. 그룹 내 게임개발사가 굳이 두 곳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NHN게임스가 비상장사니 웹젠과 합치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하는 효과도 있다.
급기야 작년 1월 한국거래소는 웹젠에 NHN게임스와의 합병설에 대한 사실 여부를 밝히라고 요구했고, 웹젠은 곧바로 “합병을 검토한 바 없다”고 조회공시를 통해 부인했다.
◆웹젠 주가 상승이 달갑지 않은 NHN게임스
기자가 최근 찾은 서울 구로동의 한 오피스빌딩 14층. 건물 중앙을 가로막은 통 유리창을 경계로 웹젠의 스튜디오와 NHN게임스의 스튜디오가 마주보고 있다.
중앙 통로에 들어서면 양편에 두 회사 스튜디오가 빤히 보인다. 그 사이를 개발자들이 바삐 움직인다. 웹젠과 NHN게임스 직원들 간 분간이 없다. 문이 있지만 목에 걸린 출입증만 대면 어디든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다.
휴게실이나 회의실 등은 아예 같은 공간에 있다. 김영란 웹젠 홍보팀장은 “직원 수대로 사무실 임대료를 분담한다”고 귀띔했다.
김창근 웹젠 대표를 만나기 위해 사장실 입구에서 기다리는 동안 옆 방을 바라봤다. NHN게임스 사장실이 나란히 있다.
김 대표는 무늬가 없는 흰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손님을 맞았다.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나름 신경쓴 것이라 했다.
대뜸 “웹젠과 NHN게임스이 한 회사 아니냐”고 물었다. 김 대표의 얼굴에 깃들었던 미소가 사라졌다.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은 듯한 인상이다.
“웹젠은 NHN게임스의 자회사 입니다. NHN게임스가 NHN의 자회사 이듯이…”
그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두 회사 간 합병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밸류(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할 겁니다. 웹젠 자체로도 역량이 있기 때문에 당장 합병할 이유는 없습니다”
작년 실적으로 화제를 돌렸다. 웹젠은 지난해 매출 278억원, 영업손실 15억원, 당기순이익 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증권사들의 기존 예상치에 한참 못미치는 것이다.
“4분기에 대만 법인의 매출채권 등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면서 부실을 털어낸 게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100% 자회사인 웹젠 타이완이 모회사 돈을 떼먹을리 없다”면서 “그럼에도 매출채권과 대여금 등을 상각한 것은 합병을 위한 수순”이라고 해석했다.
회사 간 합병은 합병비율 산정이 가장 중요하다. 이 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주들의 지분율이 결정되서다. NHN게임스 주주 입장에서는 합병 시 NHN게임스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웹젠 가치가 낮게 평가되어야 합병 법인의 지분을 많이 취득할수 있다.
따라서 만약 NHN게임스가 웹젠과의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면 실적 턴어라운드는 합병 이후로 미루는 게 좋다. 웹젠의 주가가 낮을수록 좋다는 얘기다.
또 합병할 때 주식매수청구권(합병 시 이를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되사달라고 요구할수 있는 권리)을 고려해도 웹젠 주가가 오르는 게 NHN게임스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다.
물론 김 대표는 “2008년 10월 대표로 선임된 이후 지난해 전 경영진의 부실을 털어내기 바빴다”면서 “충당금 설정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달라”고 달리 설명했다.
◆“합병하면 매출 1천억 회사 가능”
그럼 실제 합병을 하면 좋아지기는 한 걸까. 웹젠의 간판 게임은 MMORPG(다중접속온라인게임) ‘뮤 온라인’이다. 서비스 초기인 2003년 한때 이 게임 하나로만 연간 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웹젠은 ‘뮤 온라인’ 이후 이렇다 할 신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후 나온 ‘선’은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고, ‘헉슬리’는 출시가 계속 지연되면서 게이머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줬다.
그나마 지난해 ‘뮤 온라인’을 부분 유료화 한 ‘뮤 블루’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게 위안이다. ‘헉슬리’도 올해 상용화 할 예정이어서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에는 ‘뮤 온라인’의 후속작 ‘뮤2’가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 NHN게임스가 각각 연간 100억원 가량씩 매출을 올리는 ‘R2’, ‘C9’, ‘아크로드’가 합쳐지면 제법 모양새가 갖춰진다.
더구나 NHN게임스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이익이다. NHN게임스는 2008년 매출 243억원과 영업이익 144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회사인 웹젠이 NHN게임스와 만나면 수익성이 개선될 수밖에 없다. 또 경영을 지원하는 부서와 스튜디오를 통합하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사실 이미 일정 부분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하다.
웹젠이 유동화할 수 있는 1000억원 가량의 자금도 관심이다. 당장 800억원 가까운 현금성 자산이 있고, 자사주와 부동산 등도 상당하다.
김 대표는 이 자금을 “좋은 개발사에 투자하거나 직접 M&A(인수ㆍ합병)하는 데 쓸 것”이라고 했다.
웹젠 관계자는 “두 회사가 합친다면 매출 1000억원과 영업이익률 30% 수준의 합병법인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찌됐든 합병설은 실제 합병이 성사된 이후에나 잦아들 듯하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