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국내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됩니다. 포장이사 노하우를 20년 넘게 축적해 오면서 경쟁력을 가진 만큼 이제는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것입니다. "

박해돈 KGB택배 회장(50 · 사진)은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데 회사의 역량을 모으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1986년 국내 이사 업체 처음으로 포장이사 서비스를 도입한 뒤 쌓아온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모방할 수 없는 만큼 해외시장에 나가도 대한민국의 서비스 수준으로 손색이 없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해외 진출 첫 대상지로 몽골을 선정하고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울란바토르를 다녀왔다. 박 회장은 "도착한 첫날부터 매일 밤 10시까지 시장 조사를 했다"며 "서민층부터 부유층까지 몽골인의 살림살이를 둘러본 것을 비롯 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재래시장부터 백화점까지 소홀히 하지 않고 철저히 살펴봤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결과 몽골은 현재 포장이사를 도입할 만한 수준으로 이사 서비스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박 회장은 "오는 6,7월께 몽골에 단독 투자 또는 합작 형태로 진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올해 안에 중국 상하이와 칭다오 지역에도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박 회장은 국내 이사 서비스 문화 발전을 선도해온 개척자형 경영자이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1978년 이사업체에서 이삿짐을 나르는 허드렛일부터 배운 뒤 1983년 이사공사를 창업,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박 회장은 "당시만 하더라도 이삿짐센터는 용달차에 친구 가족 등이 주로 짐을 싣고 이동하는 형태여서 살림살이가 파손되는 경우가 잦았다"고 회고했다.

이 회사는 1986년 업계에서 가장 먼저 포장이사 서비스를 도입하고 혁신에 나섰다. 처음에는 담요로 가구를 씌우고 휴지나 신문지로 깨지지 않게 감싸고 포장박스를 만들었다.

또 트럭 짐 칸을 밀폐공간으로 만든 탑차를 개발해 안전성을 높였다. 박 회장은 "점차 포장박스를 규격화하고 충격흡수용 에어캡을 사용하는 등 서비스 품질을 높여 나갔다"며 "고소득 전문가들이 주로 포장이사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인기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1990년대 들어 포장이사 서비스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가격덤핑 등으로 시장이 혼탁해지자 업계 처음으로 96년에 'KGB'란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전국에 이삿짐센터를 소사장 형태의 가맹점으로 만들고 철저한 서비스교육 등을 통해 이사문화를 선진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이 회사는 97년부터 인터넷을 통해 예약 접수 견적 계약 등을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박 회장은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받고 싶은 직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차별화 전략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직원 얼굴,이사 경력,상벌,소속팀(명예의 전당팀 · 베스트팀 · 일반팀) 등을 숨김없이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고객은 비용에 맞춰 원하는 팀을 선택할 수 있고 직원들은 서비스 품질을 높여 상위 팀으로 승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부터 전국 물류인프라를 활용한 농수산물 직거래장터(KGB몰 · www.kgbmall.com)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전국에서 우수 농수산물을 발굴하는 단계지만 2012년부터 본격화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최상의 상품을 공급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 회장은 "이사 서비스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물류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며 "업계 최초로 이사 설계부터 가구 구입, 지역상권 분석 등 이사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상담해 주는 '무빙플래너'를 양성해 오는 7월부터 현장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정집 기업체 등 이사 서비스뿐만 아니라 택배까지 하는 종합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물동량 처리와 서비스 품질에서 최고의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