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토착 · 교육 · 권력형 비리 등 3대 비리에 대해 엄격하고 단호하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총리실 검찰 경찰 감사원 등 정부 사정당국들이 합동대책회의를 갖고 전방위 사정에 나서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脈絡)이다.

정부가 부정비리를 척결하겠다고 나선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청와대 관계자도 밝혔듯이 역대 정권들이 집권 3년차에 각종 '게이트' 등에 휘말려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급속히 상실했던 전철을 이 정부는 결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그런 차원이라면 높이 평가할 수도 있는 일이다.

사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세 가지 유형의 비리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 · 비리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것들에 해당한다. 게다가 일회성 단속으로는 도저히 근절되기 어려울 정도로 비리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따라서 정부가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정부가 사정에 나선 시점이다. 왜 하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전방위 사정에 나서는가 하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이용, 지역토착 비리에 관련된 인물들이 공천을 받는 경우가 적지않은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 대통령의 지적은 옳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 · 비리가 선거철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경향이 있고 보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이 같은 사정이 정치적으로 오해를 사게 되면 그 정당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벌써 야당 등 일부 정치권에서 사정의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눈치다.

솔직히 역대 정부에서 그런 의심을 자초(自招)한 경우도 있었다. 그 때문에 지탄받아야 할 비리가 오히려 정치적으로 정당화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래서는 비리가 근절될 수 없다. 선진 일류국가가 되려면 비리구조부터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데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식 또한 선진적이어야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선거에 관계없이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비리 척결 노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