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고깃집 안동민속한우.40~60대 여성 10명이 한 방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대치동 성당을 다니는 교인들의 모임이었다. 성당은 강남 '종교 네트워크'에서도 1순위로 꼽힌다. 가톨릭 신자들은 영세를 어디서 받든,어느 신부를 좋아하든 거주 지역에 있는 성당을 다닌다. 따라서 교회나 절과는 달리 순수 강남인 모임을 접할 수 있다.

이날 모인 주부들은 은마아파트에 사는 신자들이었다. 이들은 평소에도 자주 보지만 마지막주 수요일에는 점심식사를 겸해 전원이 참가하는 정기모임을 갖는다. 이날은 오전 10시에 모여 복음토론을 한 뒤 식당으로 옮겨 오후 3시까지 대화를 나눴다. 취재팀은 이들에게 '강남 네트워크'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주부들의 요청으로 본명 대신 세례명이나 익명으로 표기했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강남에서 자란 경우가 많았다. 모니카씨(64)는 "신자들이 강남에서 오래 거주해 성당과 별도로 각종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셉피나씨(54)는 "일단 출신학교 모임이 있고 자녀들 학교 모임,남편 직장 모임,기타 모임을 합쳐 각자 6~7개 모임에 나가고 있다"며 "이런저런 모임에서 찍은 사진들이 너무 많아 요즘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진들은 골라 버리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주부들은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자녀교육 관련 정보를 얻고 자극을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로사씨(60)는 "유치원에 다니는 손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강남 아이들은 5~6살부터 어머니들이 체육은 그룹 과외로 무엇을 해야 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무슨 분야에서 전국대회 상을 받아야한다는 등의 계획을 세워놓는다"며 "30대 강남 엄마들은 우리가 애를 키울 때와는 많이 다르다"고 전했다.

강남 아이들이 다른 지역 친구들을 사귀는 것은 어떨까. 주부들은 대체로 "그다지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40대 중반의 P씨는 "고등학생 딸을 경기도에 있는 기숙학원에 보냈는데 주변 아이들이 '쟤 대치동서 왔대'하며 수군거린다는 얘기를 하더라"며 "사람들이 대치동이라고 하면 위화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지역 친구를 사귀기는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다는 얘기도 했다. 지난해 다른 지역에서 대치동으로 이사 온 엘리사벳씨(40)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전학 직후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아들이 같은 반 아이와 시비가 붙어 싸울 뻔한 일이 있었는데 통상 이런 일이 생기면 그 또래 아이들은 구경거리 삼아 싸움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그런데 이곳 아이들은 '이거는 네가 잘못했고 이거는 아무개가 잘못했다'며 싸움을 말려놓고 본다는 거예요. 아들이 많이 놀랐죠."

임도원 기자 van7691@han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