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이르면 내년 상반기중 신종플루와 조류독감 등 여러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 질환에 모두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슈퍼항체치료제’가 국내 바이오기업에 의해 상용화될 전망이다.항체치료제는 타미플루 등 화학합성치료제와는 달리,인체에 침입한 독감 바이러스 등 유해 미생물(항원)을 죽이기 위해 체내 면역기능이 작동해 만들어내는 인간 항체(Human-Antibody)를 외부에서 인공적으로 대량생산해 만드는 첨단 바이오 의약품이다.

생명공학 기업인 셀트리온(대표 서정진)은 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개발중인 종합 독감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CT120’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서 실시된 동물시험 결과 신종플루 및 조류독감 등을 포함한 각종 유행성, 계절성 독감에 대한 치료 및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9일 발표했다.바이러스 질환,암 등 다양한 질병의 발생 원인과 치료법 등을 연구하는 미국 국가기관인 CDC는 이번 연구결과를 조만간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다.

서정진 대표는 “5마리의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CT120을 투여하지 않은 독감 바이러스 감염 쥐는 8일안에 모두 죽었지만,CT120을 투여받은 쥐는 모두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조만간 국내를 포함한 다국적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통해 최종 유효성 평가와 부작용 검증을 진행키로 했다.

서 대표는 “오는 9월께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인 만큼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CT120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경우 현재 슈퍼항체치료제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 하버드대나 유럽의 바이오연구기업인 크루셀보다 한발 앞서 상용화에 성공하게 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독감 바이러스는 종류(subtype)가 다양하고 변이(mutation)가 심해 이를 하나의 의약품으로 치료할 수 있는 ‘멀티기능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인식돼 왔다.셀트리온은 신종플루 환자로부터 추출한 다양한 항체 가운데 독감 바이러스의 특정 부위에 달라붙어 바이러스의 변이와 종류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멀티기능 항체후보군을 여러개 추출한 뒤 CDC측에 동물시험을 의뢰해 CT120을 최종 발굴해 냈다.슈퍼항체 발굴 및 효능 검증에는 CDC외에도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학병원, 일본 SCW(도야마 대학 연구소) 등의 국내외 전문 기관들이 참여했다.

서 대표는 “이번에 개발된 슈퍼항체는 독감 감염 초기 환자와 중증 환자 뿐만이 아니라 내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에게서도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이번에 개발된 항체는 치료효과 뿐만 아니라 일정기간 예방 효과도 갖고 있어 유행성 독감에 대한 단기 예방 백신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서 대표는 강조했다.가족중 한명이 신종플루에 걸렸을 경우 격리할 필요없이 나머지 가족들이 이 항체를 맞으면 1~2개월 가량 가족간 전염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 대표는 “치료제 개발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경우 국내 최초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바이오 신약이 개발되는 셈”이라며 “이번 슈퍼항체 개발은 그동안 내성 및 변종출현 문제로 걸림돌이 됐던 여러 바이러스 질환에 대응할 새 솔루션을 확립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회사는 이와관련,향후 간염 바이러스와 에이즈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연구에도 이번 항체개발 프로세스를 응용할 계획이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매년 8억명이 각종 독감에 걸리고, 이 가운데 약 800만명이 입원치료를 받는 것으로 의학계는 추정하고 있다.이에 따라 이번에 개발된 슈퍼항체의 시장 규모도 약 수천억~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