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방식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사채업에 투자했다 손실을 봤다면 사기를 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9일 사채업 등을 하면서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속여 42차례에 걸쳐 19억여원을 받아낸 혐의(사기)로 기소된 정모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재직하던 F사가 상인이나 건설업자에게 높은 이율로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사채업을 운영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었고 사채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높은 이율이 통용되고 있음이 인정된다"며 "사업 방식에 상당한 위험이 있고 정씨가 투자를 권유할 때 피해자가 이를 충분히 감수하면서 투자한 점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속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2004~2005년 서울 강남에서 사채업과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F사의 감사로 재직하며 안모씨에게 "매월 투자금의 5%를 이자로 주고 상환을 요구하면 원금을 1개월 내에 반환하겠다"며 1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일부 원금과 이자가 반환된 정황 등을 볼 때 F사가 수익창출 능력이 전혀 없이 사기를 쳤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안정적인 상환능력이 없음을 피고인이 예상할 수 있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