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롯데백화점 창립 후 30년간 일본에서 배우기만 했는데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서 성공사례를 발표하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

9일 오후 '제20회 유통교류포럼'이 열린 일본 도쿄 빅사이트 국제전시장 1층 리셉션홀.좌석을 꽉 채운 500여명의 참석자들은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67 · 사진)이 강연을 시작하자 동시통역기를 매만지며 귀를 기울였다.

일본소매업협회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주최한 이 포럼은 유통 · 식품업체 경영자들이 모여 유통업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번 강연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한국 백화점이 성장을 거듭하는 비결을 듣고 싶다"는 일본소매업협회의 제안을 이 사장이 흔쾌히 수락해 이뤄졌다. 일본 유통포럼에 한국인이 연사로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한국 백화점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20~30대 위주의 인력 구성 △IT(정보기술)를 적극 활용한 비용 절감 △CRM(고객관계관리) 마케팅을 통한 체계적인 고객관리를 꼽았다.

이 사장은 "롯데백화점은 2005년 고객 특성별로 관리하는 신(新)CRM시스템을 가동하고 계열사 고객 회원을 통합한 롯데멤버십을 도입해 현재 회원 수가 1800만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화점카드 회원의 매출 비중이 2005년 54%에서 지난해 77%로 증가해 40~50%대인 일본 백화점들보다 훨씬 크다"며 "맞춤형 마케팅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인 것이 불황기에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강연은 일본이 TV,자동차 등 제조부문에 이어 유통부문에서도 '한국 배우기'에 나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과거 일본 유통업체를 모방하던 '한수 아래'의 한국 백화점들이 이제는 일본 백화점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위상이 역전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 백화점들이 매출액 대비 10% 안팎의 높은 영업이익률로 승승장구하는 반면 일본 백화점업계는 영업이익률이 1~2%에 그쳐 점포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에도 한국 백화점은 매출이 10.5% 증가한 반면 일본 백화점은 10.8% 역신장했다.

작년 말에는 일본 최대 백화점 체인인 'J프론트 리테일링'의 오쿠다 스토무 회장(70)이 방한해 한국 백화점들을 둘러봤다. 오쿠다 회장이 내린 결론은 한국 백화점들의 고수익이 낭비요소를 철저히 제거한 소수정예 점포 운영,매출 부진 브랜드를 6개월마다 물갈이하는 스피드경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었다. 그는 곧바로 계열 백화점들의 점포별 채산성 관리를 강화하고 비효율 사업을 신속히 퇴출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송태형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