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에서 토착 교육 권력형 비리 등 3대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며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해 말부터 집권 3년차에 각종 비리를 척결하고 공직기강을 다잡겠다는 발언을 여러번 해왔지만 발언의 수위가 가장 셌다. 집권 후반기 대형 비리가 발생하면서 '레임덕'으로 이어진 과거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왜 3년차인가

단임제 대통령제 아래 집권 3년차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집권 첫해에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이런 분위기가 이듬해까지 이어지지만 3년차가 되면 상황이 달라졌던 게 과거 정권의 특징이다. 개혁피로증으로 공직사회 기강이 해이해지면서 국정동력이 약화되곤 했다. 집권층도 권력의 맛을 알게 되면서 경계심이 흐트러져 정실 인사,이권 개입 등 게이트로 불려진 권력형 비리가 발생하면서 권력 누수를 앞당겼다.

이 대통령이 토착 교육비리와 함께 권력형 비리 척결 의지를 강조한 것은 공직자와 측근 참모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권력형 비리나 정치권 안팎의 대형 '게이트'가 터질 경우 정국의 흐름이 한번에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이 대통령은 엄격,단호,발본색원이라는 강한 용어를 동원해 "한두 번에 그칠 일이 아니다"며 지속적 사정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새 각오와 부단한 개혁의지로 임해달라.매너리즘에 빠져선 안된다"고 주문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오늘이 현 정부 집권 3년차 대통령 주재 첫 국무회의인데 비리 척결은 '깜짝쇼'가 아니라 임기 끝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불법 자금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역대 정권,3년차 레임덕 빠져

김영삼 정부는 고강도 사정과 세계화 추진을 통해 집권 초기 높은 지지를 얻었으나 3년차가 되면서 아들 현철씨에게로 권력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러면서 국정운영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그해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신생 자민련에 대전 · 충천권과 강원지역을 내줬다. 현철씨는 정권 말기인 1997년 한보사건으로 권력 핵심인사들과 함께 구속됐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려 했지만 집권 3년차(2000년)에 터진'정현준 게이트'나 '진승현 게이트' 등으로 타격을 받았다. 그해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패했다. 이후 잇달아 터진 아들 및 친인척,측근 비리로 정국 주도권은 한나라당에 넘어갔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타고 승리했지만 역시 집권 3년차인 2005년 '오일 게이트'와 '김재록 게이트''행담도 의혹'이 잇달아 터져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후 대연정 추진 실패,연이은 재 · 보선 참패로 급속도로 레임덕에 빠졌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들어 현정부는 과거와 다르다는 주장도 있지만 변수가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