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유럽 국채시장에서 미국 월가 은행들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 “금융위기 주범인 미 금융사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유럽 정부들이 국채 발행 주간사 선정에서 월가은행을 배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유럽 국채 발행 주간 순위에서 월가 대형은행은 9위 안에 단 한곳도 포함이 안된 것으로 조사됐다.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모건스탠리만 간신히 10위에 올랐을 뿐,2006년부터 꾸준히 ‘톱10’ 안에 들었던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유럽연합(EU) 의회 경제·통화위원회 부의장인 알렌 맥카티는 “월가 은행들이 과도한 위험투자) 관행과 수익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불신이 여전하다”며 “금융위기 이후 유럽 국채 시장은 바클레이즈(영국) 도이체방크(독일) 소시에테제네랄(스위스) 등 유럽 은행들이 점령했다”고 전했다.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정부는 최근 50억유로 규모 국채 발행 주간사 선정에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월가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등을 제외시켰다.이들이 그리스 국가부도 가능성에 베팅,재정위기를 부추겼다는 의혹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가디언은 “올해 5000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알토란같은 유럽 국채시장에서 월가 은행들이 제외되는 건 막대한 손실을 뜻한다”며 “가뜩이나 기업 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 업무 수요가 저조한 상황에서 금융사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유럽 정부의 유럽 은행 선호에는 자국 은행 보호주의 목적도 깔려 있다.지난달 70억달러 규모 국채를 발행한 영국 정부는 바클레이즈와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를 주간사로 선정했다.스페인은 산탄데르은행을 이용했다.수수료율이 1%라고 가정했을때 바클레이즈는 올해 92억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을 주간해 총 9200만달러를 벌어들였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