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용정보회사들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채권추심업이 활기를 띠었고 기업과 개인들이 신용평가를 받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신용조회 · 평가 업무 대폭 늘어

불황기일수록 신용정보업과 채권추심업이 호황을 맞는다는 속설이 사실로 입증됐다. 금융감독원은 30개 신용정보사들의 지난해 순이익이 945억원으로 전년(661억원)보다 43% 급증했다고 9일 발표했다. 매출액은 1조485억원으로 7.7% 늘었고 총자산은 947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2% 증가했다. 자기자본은 7006억원으로 14.1% 늘었다.

신용정보사들의 업무는 신용조회,신용평가,채권추심 등 크게 세 가지다. 신용조회는 금융사들이 고객에게 대출하기 전 신용등급이나 연체 여부 등을 신용정보사를 통해 알아 보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신용조회 매출액은 14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89억원(15%) 증가했다.

신용정보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사들의 대출 관련 신용조회 요청건수가 늘었다"며 "개인들이 신용정보사에 돈을 내고 자신의 신용등급을 조회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점도 신용정보업 매출을 늘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출 방식을 바젤1에서 바젤2로 바꾸는 과정에서 신용평가시스템 개선 용역을 신용정보사들에 준 것도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신용평가는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해당 채권에 등급을 매기는 업무다. 지난해 신용평가업 매출액은 7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억원(27.8%)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 · 2분기 때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회사채 발행을 급격히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추심 매출도 증가

채권추심업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빌려주고 받지 못한 돈을 대신 받아내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2006년 7116억원이었던 채권추심업 매출액은 2007년 6737억원,2008년 6641억원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6849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금융회사가 보유한 부실 채권이 증가하면서 추심업 매출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회사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채권추심 수수료율이 6.26%에서 5.94%로 하락하는 등 영업환경은 나빠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에는 채권추심을 주 업무로 하던 아시아신용정보가 문을 닫기도 했다.

금감원은 소규모 채권추심회사를 중심으로 회계처리 적정성과 자본금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불법 · 부당 채권추심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검사 및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