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시중에 돈을 많이 푼 결과 하반기에 물가 상승이 본격화하겠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9일 '유동성 지표로 살펴본 물가 상승 압력 평가' 보고서에서 초과 유동성 증가율,유동성 갭,통화승수 등 통화량 지표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화유통량 증가율'에서 '실물 총거래액 증가율'을 뺀 초과 유동성 증가율(6개월 이동평균치)은 2006년부터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실물 수요보다 시중 유동성이 많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통화량의 적정 여부를 보여주는 '마셜K(광의통화÷명목국내총생산)'가 장기추세에서 벗어난 격차를 의미하는 유동성갭도 2008년 3분기 이후 플러스를 나타내고 있다.

보고서는 또 통화량 증가세를 가늠하는 통화승수도 경기동행지수와 맞물려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화승수는 한국은행이 본원통화 공급을 늘리면 금융회사의 영업 활동 등으로 시중 통화량(광의통화 · M2)이 증가하는 비율이다.

이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유동성 갭은 15~18개월 이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2008년 4분기부터 많이 늘어난 초과 유동성의 영향은 올해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초과 유동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초과 유동성 증가율과 유동성 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그는 "유동성 과잉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