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1600대 초반에서 3주 가까이 횡보하던 증시가 지수 1660선까지 올라서자 추가 반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증권사는 최근의 상승세가 여전히 '박스권 내의 단기 반등'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는 신중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9일 "외국인의 가세로 지수가 1660선을 회복하자 시장에선 여세를 몰아 1700선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며 "하지만 외국인이 계속 주식을 살지 불투명하고 글로벌 경기 회복이 둔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원 연구원은 "2주 전부터 신중론을 제기하자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최근의 반등장을 예측하지 못한 데 대해 항의 전화를 걸어오고 있다"며 "아직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은 이달 들어 지수가 오르고는 있지만 '질이 좋지 않은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 유승민 연구원은 △거래량 부족 △리더십 부재 △비우량주 중심의 상승세 등을 근거로 꼽았다.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은 지난 1~2월의 평균치에 못 미치는 데다 대형 우량주보다는 중소형주의 반등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하루 거래대금을 거래량으로 나눈 평균매매단가는 작년 10월 말 1만7740원에 달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2월 말부터는 1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저가 종목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또 통상 유가증권시장 전체 종목 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종목의 비중이 2%를 넘어야 강세장 진입으로 보는데,지난 8일 기준으로 이 비중은 1.24%에 불과해 아직 시장의 에너지가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 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단기 반등으로 보이지만 내면의 질은 좋지 못하다"며 "본격적인 추세 반전은 아직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올 상반기 내내 경기 둔화 위험이 부각될 전망이어서 박스권 하단 지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주식 매수 시점은 2분기 중반 이후로 늦추는 것이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