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남편이 자영업을 하고 있는 30대 주부다. 경기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인지 남편이 집에 가져오는 돈이 많이 줄었다. 아이가 커 갈수록 생활비도 많이 들 것을 생각하면 직장을 구해 맞벌이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남편이 반대해 고민이다.

A) 이미경씨(34)의 남편은 전자제품 유통업을 하면서 매달 2500만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결혼 이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살아왔지만 지난해부터 가게 매출이 줄어 살림살이가 빠듯해졌다. 이씨는 맞벌이를 생각하고 있지만 남편이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 아내가 맞벌이를 하는 것보다 가게의 경리 역할을 하면서 남편의 사업을 돕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가게 매출이 당장 늘어나기 어렵다면 줄어든 소득에 맞게 재무목표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사업수지와 가계수지 분리

자영업자는 흔히 봉급생활자보다 현금 흐름에 여유가 있고 재산을 모으기도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기에 따라 소득의 편차가 심해 체계적인 재무설계를 하기에는 자영업자가 더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중소 자영업자들 중에서는 회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한 달 순이익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씨의 가정도 그런 사례다. 이씨는 남편이 가게 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집에 가져오는 돈이 월 200만원가량이고 생활비 등 지출은 한 달에 270만원 정도라고 했다. 매달 70만원 적자를 내고 있다는 얘기인데 빚이 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가계의 현금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사업수지와 가계수지가 분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씨 남편이 사업과 무관하게 돈을 쓸 때 아내로부터 용돈을 받아간다면 가계수지에 정확하게 지출로 파악된다. 그러나 가게 현금출납기에 있던 돈을 가져가서 쓰면 가계수지 상 지출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이를 파악할 수가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업수지와 가계수지를 분리해서 관리해야 한다. 남편이 개인 용도로 쓰는 돈도 '월 40만원' 하는 식으로 한도를 정해 놓고 아내로부터 받아 쓰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남편이 사업체 운영을 통해 얼마를 버는지와 이 중 얼마가 지출되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손익계산서는 필수


이씨는 남편의 소득이 줄어들자 직장을 구해 맞벌이를 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씨가 직장에 다닐 경우 출퇴근 비용 등 불가피하게 지출이 증가하는 것과 딸을 놀이방에 보내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순수하게 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월 7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크다고 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지만 이 정도라도 가계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씨의 딸이 아직 4살밖에 되지 않았고 남편의 가게가 회계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것보다 경리 역할을 하면서 남편의 사업을 돕는 것이 낫다고 판단된다. 이씨 남편은 지난해 소득세 신고를 제때 하지 않았다가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남편이 영업활동과 거래처 관리만으로도 바쁜 와중에 경리 업무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생긴 일이다.

회계 관리를 잘 한다고 해서 당장 매출이나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불필요하게 비용이 지출되는 것을 막고 장기적으로 사업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씨가 남편 가게의 경리를 맡는다면 손익계산서부터 작성해야 한다. 규모가 작은 사업체의 경우 자산의 변화를 나타내는 대차대조표까지는 굳이 작성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사업체의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손익계산서 작성은 필수다. 남편은 지금까지 손익계산서를 꼼꼼하게 쓰지 않았는데 손익계산서를 통해 매달 매출과 비용을 분석해야 경영상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고 비용을 줄여 순이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주택 구입 목표 수정


단기간에 가게 매출이 회복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재무목표도 그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이씨는 지금 살고 있는 25평짜리 아파트를 5년 안에 팔고 40평대 아파트로 이사갈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월 60만원을 적립식 펀드와 변액유니버셜 보험에 납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목표로 하는 아파트의 현재 시세와 향후 예상되는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5년 후에도 이씨는 필요한 만큼의 돈을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계획대로 40평대 아파트를 구입한다면 2억원에 가까운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사면서 받은 대출을 아직 다 갚지 못했고 남편이 사업자금으로 받은 대출도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평수를 늘리기 위해 또 대출을 받는다면 가계 운영에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아파트 구입 계획은 유보하거나 조금 작은 아파트를 사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파트 구입 계획을 유보한다면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입했던 월 50만원의 변액유니버셜 보험은 납입을 잠시 중단하고 남는 돈으로 대출 상환액을 늘릴 것을 권한다. 변액유니버셜 보험은 일정 기간 납입을 중단해도 실효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경기가 살아나 소득이 늘어났을 때 다시 납입하도록 한다. 월 10만원의 적립식 펀드 투자와 적금 및 연금 불입은 기존에 해 오던 것을 유지한다.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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