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의 'XF 3.0 디젤'은 국내에 판매 중인 디젤 차량 가운데 가장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유소에서 경유 코너에 차를 대고 있으면 직원들이 꼭 한번씩 묻는다. "디젤 맞아요?" 2010년형 모델은 기존 2.7 모델에서 배기량을 늘렸다. 공회전 상태에서 51.0㎏ · m의 토크를 발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0.5초에 불과할 정도로 파워는 더욱 강해졌다. 재규어 특유의 DNA를 고스란히 살린 외관은 유럽형 스포츠 세단의 정수임을 웅변한다.

재규어코리아에 따르면 2010년형 'XF 3.0 디젤'에 탑재된 엔진은 재규어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물건'이다. 이번에 시승한 'S 프리미엄' 모델은 신형 'AJ-V6D Gen III 3.0ℓ 디젤'을 장착했다.

가속감은 부드러움 그 자체다. 노면의 요철이 심한 도로에서도 충격흡수를 최우선으로 세팅을 하는 재규어답게 편안한 하체가 인상적이다. 단단한 하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드라이빙의 즐거움이 다소 반감된다고 여기겠지만 대형 세단의 특성상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스포츠 세단다운 면모 또한 잃지 않는다. 액셀을 꾹 밟고 한 단계 속도를 올릴 때 매끄러운 가속이 일품이다. 두 개의 터보차저를 사용한 덕분이다.

다만 소리로는 가속감을 느끼기 어렵다. 매끄럽고 조용하게 속도계의 바늘만 순식간에 올라간다. 마치 깊은 바닷속 어딘가에서 폭탄이 터진 듯한 느낌이다. 심연을 울리는 엔진음은 조용한 가운데서도 힘을 느낄 수 있다. 연비 또한 인상적이다. '럭셔리' 모델의 연료 효율은 ℓ당 13㎞로 1회 주유하면 최대 900㎞까지 운행할 수 있다.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운전석에 앉으면 심장박동을 연상케 하는 시동 버튼이 붉은 색으로 깜박이며 생명을 불어 넣어 주기를 기다린다. 버튼을 누르면 새로운 개념의 원기둥형 트랜스미션 컨트롤러가 솟아오른다. 손을 잡을 만한 기어가 없어 처음엔 낯설지만 손가락으로 돌리기만 하면 기어 조절이 가능해 편리하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