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귀재로 알려진 GE의 잭 웰치는 도요타자동차의 비용절감 과정을 목도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자신은 결코 해낼 수 없었던 비용절감을 도요타는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제조업만으로 일본과 경쟁해서는 GE도 위기에 빠질 수 있겠다고 판단한 웰치는 그 대비책으로 미국 3대 지상파 TV채널인 NBC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지금은 대규모 리콜 사태로 엄청난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도요타는 기술력뿐만이 아니라 효율적 물류관리 능력에서도 세계 최고였다. 자동차를 조립하려면 설비장치와 노동자 그리고 수많은 부품이 한자리에 있어야 한다. 설비를 갖추고 유지하며 노동자를 채용하는 데에도 비용이 들지만 부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비용이 든다.

특히 부품을 조달하는 비용은 같은 부품이라도 어떻게 조달하는가에 따라서 그 비용이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미리 많이 확보해 두면 불필요한 이자와 저장비용을 유발하고 필요할 때 부품이 모자라면 고객을 놓쳐 손실을 유발한다. 도요타는 물류관리(logistics)에 능하였고 그 과정에서 개발한 소위 JIT(just-in-time)물류는 도요타의 대명사가 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싼 값에 가장 우수한 품질의 부품을 개발하는 사업자들을 모조리 파악하고 이들이 생산한 부품을 항상 적정량만큼 확보하여 도요타 공장에 적기에 배달하면 최소비용의 부품 조달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세계 각지에서 어떤 사업자가 무엇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 품질과 가격은 어느 수준인지에 대하여 완벽에 가까운 정보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구입한 부품을 공장까지 낮은 비용으로 운송할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를 포괄하는 물류네트워크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통하여 부품을 조달하는 비용은 세계 각지에서 부품을 구입하는 데 소요된 비용과 물류네트워크를 구축 · 유지 · 운영하는 데 소요된 비용의 합으로 결정된다.

이 비용이 본국의 공장 주변에서 생산한 부품을 구입하는 비용보다 더 저렴하면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통한 조달이 더 유리하다. 도요타의 글로벌 물류망이 발달하면서 도요타 공장도 해외 각지에 진출하였고 물류업무는 부품 조달만이 아니라 제품 공급까지 포괄하게 되었다. 당연히 물류비용은 해외 공장의 위치를 선정하는 데 고려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물론 기술력을 발휘하여 우수 부품을 싸게 생산하도록 개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력의 활용도는 항상 매우 높은 상태다. 반면에 물류관리는 아직 그 전망이 무궁무진할 정도로 미개발 분야에 가깝고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개발이 가능하다. 첨단기술 기업 GE의 잭 웰치가 두려워 한 것은 도요타의 기술력보다는 물류능력이었던 것이다.

현재 도요타자동차의 곤경은 일부 물류의 실패 때문이지만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전략 자체의 책임은 아니다. 기술력이 미흡한 우리에게 물류전선은 꼭 도전해야 할 전인미답의 비경이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