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들이 때 아닌 '눈 폭탄'에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달까지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는데 이달에도 상황이 영 신통치 않아서다. 올 들어 이달 중순까지 영업은 큰 폭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10일 송추(파주) 프리스틴밸리(가평) 프라자CC(용인) 등 수도권은 물론 지방 골프장들이 일제히 임시 휴장했다. 전날 내린 10㎝ 안팎의 폭설로 사실상 골프장 정상 영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대부분의 골프장에는 휴장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이번 주말 새해 첫 라운드 계획을 세운 골퍼들도 라운드 여부가 불투명하다.

밤새 강원도 속초 설악프라자CC 인근에는 70㎝의 눈이 쌓였고 경기도 파주는 30㎝,안성은 16㎝의 적설량을 각각 기록했다. 골프장에 4㎝ 이상 눈이 쌓이면 골프볼이 눈속에 묻혀 사실상 정상 영업이 불가능하다. 시범라운드 중인 골프클럽Q안성은 이날 새벽 6시 전 직원이 출근해 예약 손님들에게 휴장 사실을 전화로 알렸다. 오후에는 11일 라운드 예약자에게 "전날 내린 눈이 녹지 않은 상황이어서 예약 취소도 가능합니다"라고 통지했다.

송추CC도 새벽 이른 시간에 라운드 취소를 예약자들에게 통보했다. 눈 예보 때문에 전날 골프장에서 잠을 잔 윤재영 전무는 "소나무가 부러지기 전에 눈을 털어내고 도로 제설작업에 치중하고 있다"며 "페어웨이 제설작업은 엄두도 못 내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골프장은 하늘이 영업사원"이라며 "기상 악화로 하루 영업을 하지 못하면 만회할 방법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11일도 추위가 지속돼 정상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주말 영업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고재경 골프클럽Q안성 지배인은 "금요일 비가 온다는 예보만 기대하고 있다"며 "산간지형이어서 비 대신 눈이 오면 영업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들어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나쁜 일기탓에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2월에는 눈이 많이 오고 강추위 때문에 눈 녹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 영업 차질이 막대했다. 블루헤런CC(경기 여주)는 당초 2월19일 영업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다음 날인 20일 하루만 영업하고 3월로 넘어왔다. 프라자CC는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휴장일수가 14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일)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온라인 골프 예약(부킹) 사이트인 SBS골프닷컴 엑스골프 등도 올 시즌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가량 줄었다. 조성준 엑스골프 사장은 "눈이 오면 그늘진 곳은 잘 녹지 않고 얼어붙는 데다 수작업에도 한계가 있어 영업에 치명타를 입는다"며 "올 들어 예약률이 떨어지고 취소율도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