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BW 유혹'에 빠진 상장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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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상장사 대주주들이 사모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가지고 부당이득을 대거 챙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특정대상에게 미리 발행해 둔 BW를 자사의 대형 호재가 알려지기 전 대량으로 재매수, 주가가 오를때 주식으로 재빨리 바꿔 팔아치우는 수법을 이용하고 있다.
이는 '변종BW'보다 더 오랜기간 동안 치밀하게 진행되는 경우다. 변종BW는 상장사가 감자시 행사가 조정이 없는 변종BW를 발행한 뒤 버젓이 10대 1감자를 실시, 순식간에 10배 이상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수법이다.
주식을 새로 발행해 상장시키는 BW는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주주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무차별 BW발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주인수권 재매수? 주가급등의 '바로미터'
바이오 전문기업인 A사는 작년 한 해 동안 주가가 최고 10배 가까이 오른 '스타 상장사'다.
이 회사는 2008년 9월 B상호저축은행을 상대로 자사의 분리형 사모 BW를 팔았다. 당시 사채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6.5%였고,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1년 뒤인 2009년 9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이 워런트의 행사가격은 1060원이었다.
A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는 2008년 9월말 B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1주당 32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신주인수권을 약 370만주(지분 7.90%) 가량 되샀다. 이 대주주가 보유한 신주인수권 규모도 총 570만여주로 불었다.
이후 2008년 12월말까지 다섯 차례 이상 행사가가 조정돼 불과 3개월 만에 최초 발행가(1060원)보다 100원 가량 싸진 900원대까지 떨어졌다.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은 유무상증자, 주식배당, 행사가격 조정일마다 낮아질 수 있다.
그리고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1월부터 각종 호재가 쏟아지면서 수직상등했다. 이후 같은 해 4월께 고점을 찍은 뒤 9월까지 6개월간 5000원에서 1만원대 사이에서 움직였다.
A사의 최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보통주로 바꾼 것도 이때다. 작년 9월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직후 보유지분 중 일부(약 50만주)를 매각한 것이다.
모바일 관련업체인 C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는 지난달 장외에서 미리 발행해 둔 신주인수권을 상호저축은행, S캐피탈 등으로부터 모두 88만주 가량 매입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오는 3~4월중 미국 등 글로벌기업들을 상대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할 것이란 루머가 나돌면서 지난해 12월부터 급등세다.
터치패널 전문업체인 D사도 비슷한 사례다. 2008년 4월에 BW를 발행한 직후 모은행으로부터 신주인수권 77만주(1주당 124원)를 되사왔다. 이 BW의 경우 행사가액은 4110원, 행사가능한 기간은 2009년 4월8일부터 2011년 3월8일까지다.
역시 D사 주가는 작년 3월부터 급등세를 탔고, 올초까지 최대 15배 이상 치솟았다. 다만 D사의 대표이사는 아직까지 보유중인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눈깜짝할 새 적게는 몇 배, 많게는 수십 배로 돈을 불려주고 있는 신주인수권. 이를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소위 '황금 BW'라고 부른다.
◆BW가 뭐길래?
BW는 'Bonds with warrants'의 줄임말로, 신주인수권(warrants)이 있는 채권(bonds)을 말한다. 즉, 투자자들에게 채권매입에 따른 만기이자 외에도 신주를 발행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일종의 옵션)를 덤으로 주는 것이다.
이는 회사가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매수자에게 이자를 덜 주려고 신주인수권이란 매력적인 카드를 제안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상장사들이 이 BW로 자기 배를 채우는 데 매달리고 있다. 이들은 또 손쉽게 되사기 위해 상호저축은행 등 특정대상을 지목해 BW를 판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은 통상 안정적인 채권수익을 얻기 위해 상장사 BW를 매입한다. 따라서 주가의 급등락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굳이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상장사들이 바로 이 점을 악용하고 있다. BW 매입자에게 신주인수권을 넘겨받은 뒤 그 대가로 프리미엄(이자 등)을 매입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금융권 입장에서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2·3 금융권은 BW만 가지고 있으면 몇 년 내 확정이자(만기이자+표면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미래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대박을 기대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이자를 노리고 BW를 매입한 2·3 금융권에게 상장사가 접근해 돈을 주고 신주인수권을 매입하겠다고 손을 내밀면 이 제안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BW는 채권(Bond) 보다는 워런트의 매력 때문에 채권자(투자자), 채무자(회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게임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워런트가 헐값의 프리미엄에 특정 대주주에게 넘어가고, 그것이 장내에 매물로 출회된다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가치 훼손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특정대상에게 미리 발행해 둔 BW를 자사의 대형 호재가 알려지기 전 대량으로 재매수, 주가가 오를때 주식으로 재빨리 바꿔 팔아치우는 수법을 이용하고 있다.
이는 '변종BW'보다 더 오랜기간 동안 치밀하게 진행되는 경우다. 변종BW는 상장사가 감자시 행사가 조정이 없는 변종BW를 발행한 뒤 버젓이 10대 1감자를 실시, 순식간에 10배 이상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수법이다.
주식을 새로 발행해 상장시키는 BW는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주주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무차별 BW발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주인수권 재매수? 주가급등의 '바로미터'
바이오 전문기업인 A사는 작년 한 해 동안 주가가 최고 10배 가까이 오른 '스타 상장사'다.
이 회사는 2008년 9월 B상호저축은행을 상대로 자사의 분리형 사모 BW를 팔았다. 당시 사채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6.5%였고,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1년 뒤인 2009년 9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이 워런트의 행사가격은 1060원이었다.
A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는 2008년 9월말 B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1주당 32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신주인수권을 약 370만주(지분 7.90%) 가량 되샀다. 이 대주주가 보유한 신주인수권 규모도 총 570만여주로 불었다.
이후 2008년 12월말까지 다섯 차례 이상 행사가가 조정돼 불과 3개월 만에 최초 발행가(1060원)보다 100원 가량 싸진 900원대까지 떨어졌다.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은 유무상증자, 주식배당, 행사가격 조정일마다 낮아질 수 있다.
그리고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1월부터 각종 호재가 쏟아지면서 수직상등했다. 이후 같은 해 4월께 고점을 찍은 뒤 9월까지 6개월간 5000원에서 1만원대 사이에서 움직였다.
A사의 최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보통주로 바꾼 것도 이때다. 작년 9월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직후 보유지분 중 일부(약 50만주)를 매각한 것이다.
모바일 관련업체인 C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는 지난달 장외에서 미리 발행해 둔 신주인수권을 상호저축은행, S캐피탈 등으로부터 모두 88만주 가량 매입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오는 3~4월중 미국 등 글로벌기업들을 상대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할 것이란 루머가 나돌면서 지난해 12월부터 급등세다.
터치패널 전문업체인 D사도 비슷한 사례다. 2008년 4월에 BW를 발행한 직후 모은행으로부터 신주인수권 77만주(1주당 124원)를 되사왔다. 이 BW의 경우 행사가액은 4110원, 행사가능한 기간은 2009년 4월8일부터 2011년 3월8일까지다.
역시 D사 주가는 작년 3월부터 급등세를 탔고, 올초까지 최대 15배 이상 치솟았다. 다만 D사의 대표이사는 아직까지 보유중인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눈깜짝할 새 적게는 몇 배, 많게는 수십 배로 돈을 불려주고 있는 신주인수권. 이를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소위 '황금 BW'라고 부른다.
◆BW가 뭐길래?
BW는 'Bonds with warrants'의 줄임말로, 신주인수권(warrants)이 있는 채권(bonds)을 말한다. 즉, 투자자들에게 채권매입에 따른 만기이자 외에도 신주를 발행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일종의 옵션)를 덤으로 주는 것이다.
이는 회사가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매수자에게 이자를 덜 주려고 신주인수권이란 매력적인 카드를 제안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상장사들이 이 BW로 자기 배를 채우는 데 매달리고 있다. 이들은 또 손쉽게 되사기 위해 상호저축은행 등 특정대상을 지목해 BW를 판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은 통상 안정적인 채권수익을 얻기 위해 상장사 BW를 매입한다. 따라서 주가의 급등락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굳이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상장사들이 바로 이 점을 악용하고 있다. BW 매입자에게 신주인수권을 넘겨받은 뒤 그 대가로 프리미엄(이자 등)을 매입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금융권 입장에서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2·3 금융권은 BW만 가지고 있으면 몇 년 내 확정이자(만기이자+표면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미래에 어떤 일이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대박을 기대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이자를 노리고 BW를 매입한 2·3 금융권에게 상장사가 접근해 돈을 주고 신주인수권을 매입하겠다고 손을 내밀면 이 제안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BW는 채권(Bond) 보다는 워런트의 매력 때문에 채권자(투자자), 채무자(회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게임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워런트가 헐값의 프리미엄에 특정 대주주에게 넘어가고, 그것이 장내에 매물로 출회된다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가치 훼손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