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칼럼] 노동운동 '제3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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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조·희망연대 등 '변화' 주목
소외 근로자 배려해야 신뢰 얻어
소외 근로자 배려해야 신뢰 얻어
최근 노동계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선 기업 노조가 사회공헌 활동을 추구하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노동운동을 추구하는 신흥 세력(새희망 노동연대:이하 희망연대)도 출현했다. 노동계라고 하면 파업과 과격한 투쟁 모습부터 떠올리는 국민들에겐 신선한 충격이라 할 만하다.
먼저 눈길을 잡는 것은 KT노조다. 올해를 'HOST운동'의 원년으로 삼고 국민과 호흡하는 신노동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HOST는 화합 · 창조 · 나눔 · 투명을 뜻하는 영어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 노조는 취약계층 고교생 210명을 뽑아 졸업 때까지 등록금을 지원키로 했다. 연 4억원가량의 장학금은 조합비와 회사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소년소녀 가장 60명, 형편이 어려운 비정규직 50명에게도 생활비를 지원한다. 사회 소외계층까지 배려하는 독창적 노동운동을 펼치는 셈이다.
KT노조의 HOST운동은 지난 1월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 헌장을 선포한 LG전자노조를 떠올리게 만든다. LG전자노조는 "고객의 사랑에 보답하고 기업시민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겠다"면서 투명성 제고, 사회적 약자 보호,국제 공동체에의 공헌 등을 행동지침으로 채택했었다. 기업차원이 아니라 노조 차원에서 직접 사회공헌활동을 벌이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두 사례는 충분히 관심을 끌 만하다.
희망연대가 깃발을 올린 것은 이런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다 분명히 보여준다. 이 연대는 "노동자를 섬기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노동운동을 지향한다"는 취지문을 채택했다. 신뢰받는 노동운동,정책 · 공익노조 지향,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노조로 거듭날 것 등을 결의했다. 민노총이나 한노총과는 차별화된 제3의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KT 서울메트로 등 40여개 노조로 출범했지만 가입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니 폭발력이 만만치 않다. 상황에 따라 제3의 노총으로 발전하며 노동계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움직임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동안의 노동운동이 근로조건과는 무관한 불법 정치투쟁,과격 폭력,집단이기주의 등에 물들어온 탓이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쌍용차 평택공장 불법점거 등등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다. 그것도 소수의 근로자들만을 위한 것이어서 더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에 불과하고 양대 노총에 소속된 것은 대부분 대기업 노조들이다.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근로자들만이 노조 활동의 혜택을 입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들의 투쟁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까지 초래하는 게 현실이다. 대기업 노조가 파업하면 협력업체들도 가동을 중단하게 되고,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느라 납품가격을 인하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좋은 대우를 받는 근로자들을 위해 그렇지 못한 근로자들이 피해를 감수하는 꼴이니 박탈감이 얼마나 심할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물론 노조가 사회공헌 활동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활동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처럼 소외된 이웃들이 있기 때문이다. '약자 보호'라는 노동조합의 근본정신을 생각해 보더라도 그러하다. 노조는 원래 과도한 근로시간과 근무강도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자기보호의 차원에서 결성한 조직이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더 약한 처지의 근로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제3의 물결'이 노동 운동의 도덕성을 재정립하고 상생협력의 문화를 꽃피우는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이봉구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먼저 눈길을 잡는 것은 KT노조다. 올해를 'HOST운동'의 원년으로 삼고 국민과 호흡하는 신노동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HOST는 화합 · 창조 · 나눔 · 투명을 뜻하는 영어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 노조는 취약계층 고교생 210명을 뽑아 졸업 때까지 등록금을 지원키로 했다. 연 4억원가량의 장학금은 조합비와 회사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소년소녀 가장 60명, 형편이 어려운 비정규직 50명에게도 생활비를 지원한다. 사회 소외계층까지 배려하는 독창적 노동운동을 펼치는 셈이다.
KT노조의 HOST운동은 지난 1월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 헌장을 선포한 LG전자노조를 떠올리게 만든다. LG전자노조는 "고객의 사랑에 보답하고 기업시민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겠다"면서 투명성 제고, 사회적 약자 보호,국제 공동체에의 공헌 등을 행동지침으로 채택했었다. 기업차원이 아니라 노조 차원에서 직접 사회공헌활동을 벌이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두 사례는 충분히 관심을 끌 만하다.
희망연대가 깃발을 올린 것은 이런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다 분명히 보여준다. 이 연대는 "노동자를 섬기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노동운동을 지향한다"는 취지문을 채택했다. 신뢰받는 노동운동,정책 · 공익노조 지향,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노조로 거듭날 것 등을 결의했다. 민노총이나 한노총과는 차별화된 제3의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KT 서울메트로 등 40여개 노조로 출범했지만 가입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니 폭발력이 만만치 않다. 상황에 따라 제3의 노총으로 발전하며 노동계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움직임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동안의 노동운동이 근로조건과는 무관한 불법 정치투쟁,과격 폭력,집단이기주의 등에 물들어온 탓이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쌍용차 평택공장 불법점거 등등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다. 그것도 소수의 근로자들만을 위한 것이어서 더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에 불과하고 양대 노총에 소속된 것은 대부분 대기업 노조들이다.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근로자들만이 노조 활동의 혜택을 입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들의 투쟁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까지 초래하는 게 현실이다. 대기업 노조가 파업하면 협력업체들도 가동을 중단하게 되고,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느라 납품가격을 인하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좋은 대우를 받는 근로자들을 위해 그렇지 못한 근로자들이 피해를 감수하는 꼴이니 박탈감이 얼마나 심할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물론 노조가 사회공헌 활동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활동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처럼 소외된 이웃들이 있기 때문이다. '약자 보호'라는 노동조합의 근본정신을 생각해 보더라도 그러하다. 노조는 원래 과도한 근로시간과 근무강도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자기보호의 차원에서 결성한 조직이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더 약한 처지의 근로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제3의 물결'이 노동 운동의 도덕성을 재정립하고 상생협력의 문화를 꽃피우는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이봉구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