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로 고전 중인 유럽 일부 국가들이 무더기로 국가신용등급을 강등당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재정적자로 인해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의 브라이언 쿨턴 이사는 이날 "현재 최고 신용등급(AAA)인 영국 프랑스 스페인도 제대로 된 재정적자 축소 조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등급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쿨턴 이사는 특히 "최고 등급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영국은 적자 감축 노력에선 너무 느린 걸음을 걷고 있다"며 "신용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한국을 모델로 삼고 있지만 영국이 한국처럼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에 기반한 것"이라며 "영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가깝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무디스도 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종료될 경우 자생력이 의심스러운 일부 영국 은행들에 대한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피치는 또 현재 AA등급인 포르투갈에 대해 "재정적자 감축 노력은 평가할 만하지만 전체적으로 점진적인 대책에 머물고 있다"며 "추가적인 적자 시정 노력이 없으면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피치는 포르투갈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앞으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쿨턴 이사는 "하지만 설사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국가부도가 발생한다 해도 곧바로 유로존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BBB+)와 아일랜드(AA-)에 대해선 "현재 적절한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