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플라자] 전투기 추락에 대한 몇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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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강릉기지에서 훈련중이던 F-5기가 추락해 조종사 3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추락한 기종과 같은 전투기를 한때 관리했던 예비역으로서 먼저 조종사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도 가슴 아픈 위로의 뜻을 전한다. 30여 년의 공군생활 동안 비행을 하고 비행단을 지휘했던 한 선배로서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비행이란 자체가 워낙 높은 상공에서 급격하게 고속기동을 하다 보니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평소보다 판단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을 한다. 시뮬레이터 등 훈련장비가 아무리 발달해도 실제 비행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전쟁은 화창한 날씨에만 일어나진 않는다. 궂은 날씨에도 훈련하는 이유다.
전투기 추락과 관련해 몇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조종사들이 비상탈출을 안한 이유가 승진심사 때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30여 년 비행생활 동안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비행 중 일어난 불가피한 일로 조종사를 매장시키는 일은 없다. 실제 비행사고를 일으키고도 장군으로 진급한 사례도 있다. 물론 개인이 지켜야 할 수칙이나 절차를 고의로 지키지 않았거나 의무를 태만히 했다면 응분의 징계는 당연하다.
또 비상탈출을 안한 것이 공군에서 조종사보다 고가의 비행기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는 억측도 있다. 그래서 조종사들이 끝까지 비행기를 지키려다 탈출시기를 놓친다는 주장이다.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비행기와 달리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는 오랜 세월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설사 누군가가 그런 의도를 비쳤다고 한들 요즘 세상에 통하겠는가. 당국을 상대로 소송까지 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젊은이들이 그런 방침에 따르겠는가 말이다.
나쁜 기상에도 불구하고 1~2m 간격으로 꼬리물기식 훈련을 무리하게 했다는 근거없는 이야기도 나돈다. 비행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평시훈련의 목적은 조종사를 전투환경에 숙달시키고 항공전력을 보전해 유사시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 능력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쁜 날씨에도 훈련을 하지만,안전이 보장되고 무사귀환이 가능할 때에 한한 이야기이다.
사고기종은 도입한 지 오래됐다. 2000만원짜리 자동차에도 장착된 그 흔한 ABS 장치도 없다. 비상탈출도 다른 기종과 달리 제한이 있다. 비상탈출에 제한이 없는 최신 기종과 달리 일정 조건이 돼야만 안전한 탈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장점도 있다. 휴전선과 가까운 수도권에서 발진해 적기의 공습을 막아내려면 출동시간이 무엇보다도 빨라야 한다. 긴급출동이라는 측면에서 세계 어느 전투기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F-5이다.
공군은 이러한 모든 면을 고려해 전투기들을 적소에 적절하게 운용하고 있다. 사전 계획은 신중하고 안전관리에도 만전을 기한다. 덕분에 몇 만 시간의 안전기록도 달성되는 것이다. 안전관리에 관한 한 그 어느 기관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공군을 따라오기 힘들 것이다.
대통령상을 받고 졸업한 최고의 엘리트요,모든 것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오충현 대대장이었다. 비행시간이 2800시간에 가깝다면 공군에서 30여년을 복무한 필자보다 많은 시간이다. 대대장이 직접 훈련을 시키려고 동승했다면 그 조종사는 사명감과 전문지식 및 비행기량이 누구보다도 뛰어났을 것이다. 사고가 난 것은 이러한 모든 것을 초월하는,조종사들로서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사고원인과 관련해 속단은 금물이다. 정확하고 신속한 사고조사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짐하자.
금기연 <前 공군10전투비행단장 /예비역 공군 준장>
비행이란 자체가 워낙 높은 상공에서 급격하게 고속기동을 하다 보니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평소보다 판단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을 한다. 시뮬레이터 등 훈련장비가 아무리 발달해도 실제 비행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전쟁은 화창한 날씨에만 일어나진 않는다. 궂은 날씨에도 훈련하는 이유다.
전투기 추락과 관련해 몇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조종사들이 비상탈출을 안한 이유가 승진심사 때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30여 년 비행생활 동안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비행 중 일어난 불가피한 일로 조종사를 매장시키는 일은 없다. 실제 비행사고를 일으키고도 장군으로 진급한 사례도 있다. 물론 개인이 지켜야 할 수칙이나 절차를 고의로 지키지 않았거나 의무를 태만히 했다면 응분의 징계는 당연하다.
또 비상탈출을 안한 것이 공군에서 조종사보다 고가의 비행기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는 억측도 있다. 그래서 조종사들이 끝까지 비행기를 지키려다 탈출시기를 놓친다는 주장이다.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비행기와 달리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는 오랜 세월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설사 누군가가 그런 의도를 비쳤다고 한들 요즘 세상에 통하겠는가. 당국을 상대로 소송까지 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젊은이들이 그런 방침에 따르겠는가 말이다.
나쁜 기상에도 불구하고 1~2m 간격으로 꼬리물기식 훈련을 무리하게 했다는 근거없는 이야기도 나돈다. 비행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평시훈련의 목적은 조종사를 전투환경에 숙달시키고 항공전력을 보전해 유사시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 능력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쁜 날씨에도 훈련을 하지만,안전이 보장되고 무사귀환이 가능할 때에 한한 이야기이다.
사고기종은 도입한 지 오래됐다. 2000만원짜리 자동차에도 장착된 그 흔한 ABS 장치도 없다. 비상탈출도 다른 기종과 달리 제한이 있다. 비상탈출에 제한이 없는 최신 기종과 달리 일정 조건이 돼야만 안전한 탈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장점도 있다. 휴전선과 가까운 수도권에서 발진해 적기의 공습을 막아내려면 출동시간이 무엇보다도 빨라야 한다. 긴급출동이라는 측면에서 세계 어느 전투기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F-5이다.
공군은 이러한 모든 면을 고려해 전투기들을 적소에 적절하게 운용하고 있다. 사전 계획은 신중하고 안전관리에도 만전을 기한다. 덕분에 몇 만 시간의 안전기록도 달성되는 것이다. 안전관리에 관한 한 그 어느 기관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공군을 따라오기 힘들 것이다.
대통령상을 받고 졸업한 최고의 엘리트요,모든 것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오충현 대대장이었다. 비행시간이 2800시간에 가깝다면 공군에서 30여년을 복무한 필자보다 많은 시간이다. 대대장이 직접 훈련을 시키려고 동승했다면 그 조종사는 사명감과 전문지식 및 비행기량이 누구보다도 뛰어났을 것이다. 사고가 난 것은 이러한 모든 것을 초월하는,조종사들로서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사고원인과 관련해 속단은 금물이다. 정확하고 신속한 사고조사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짐하자.
금기연 <前 공군10전투비행단장 /예비역 공군 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