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의 연합회 조직인 저축은행중앙회(주용식 회장)가 자체 기금으로 부실 저축은행인 하나로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한다. 인수에 성공하면 중앙회가 업계에서 거둔 적립금으로 부실 저축은행 문제를 해결한 첫 사례가 된다. 중앙회를 중심으로 저축은행 업계가 공동 대응해 부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어서 업계 이미지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앙회는 회원사들이 예치한 지급준비예탁금의 운용수익 중 834억원을 지난해 구조개선적립금으로 조성했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거나 증자하는 데 쓰기 위해서다. 올해 8월까지 200억원가량을 추가 적립할 예정이어서 1000억원 정도의 구조개선적립금을 쓸 수 있는 상황이다.

중앙회는 충북 청주시의 하나로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실 저축은행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나로저축은행은 이미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적기시정 조치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이하일 때 적기시정 조치가 내려진다. 하나로저축은행은 본점을 포함해 5개의 영업점을 갖고 있으며 자산 규모는 7000억원대다.

중앙회는 단독 인수가 힘들 경우 인수 의사가 있는 곳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회원사들이 이사회를 열어 인수에 합의한 뒤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10일 말했다. 인수 후에는 부실을 털어내 경영을 정상화시킨 뒤 적립금을 회수하는 수준으로 가격이 회복되면 되팔 계획이다.
중앙회가 부실 저축은행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 이유는 '전일저축은행 사태'의 여파로 업계 이미지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자산 규모 1조3000억원인 전북의 전일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했고,자체 정상화 시한인 지난달 말까지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해 파산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이 저축은행에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 이상의 돈을 넣어둔 사람은 3550명이며 162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매입한 사람도 183명에 이른다. 중앙회 입장에서는 하나로저축은행 문제가 제2의 전일저축은행 사태로 비화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부실을 해결해 더 이상 업계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그동안 부실 저축은행 문제는 대형 저축은행이 부실화된 곳을 인수 · 합병(M&A)하거나 파산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해 왔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 때문에 전체 저축은행이 비도덕적이고 부실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비쳐져 왔는데 중앙회가 이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면 부정적인 여론이 많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