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강남 인사이드] (4) 강남서 '튀던 아이' 8천만원으로 홀로서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4) 전략적 자녀 관리
가로수길 '미카' 손우찬씨, 아버지따라 교단 서는건 적성 안맞아
'각서'쓰고 부모돈 8천만원 빌려…9년만에 가게 3개 운영 사장님으로
가로수길 '미카' 손우찬씨, 아버지따라 교단 서는건 적성 안맞아
'각서'쓰고 부모돈 8천만원 빌려…9년만에 가게 3개 운영 사장님으로
1990년대 중반 일원동 중동고에서 주먹으로 이름을 날렸던 '일진' 손우찬씨(35).그는 두 달 전 강남의 최첨단 트렌드를 이끄는 안테나숍이 즐비한 가로수길에 이자카야 '미카' 2호점을 열었다. 부모의 만류를 무릅쓰고 강남에 매장을 낸 지 9년 만에 3개의 가게를 운영하는 '젊은 사장'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아버지에게 각서를 쓰다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그의 소득은 연간 1억원이 훌쩍 넘는다. 강남에 처음 가게를 낸 것은 2002년.대학 4학년 졸업반 학생이었던 그는 경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아버지에게 '각서'를 쓰고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와인바 '쿨'을 냈다. 그는 "아버지는 교단에 서길 원하셨지만 교직은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을 것 같았다"며 "한번만 해보고 망하면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잘나가던 로데오거리 이면도로 지하 1층에 66㎡(20평)짜리 작은 가게를 열었다.
부모님의 우려에도 가게는 손님들로 넘쳐났다. 보증금,인테리어 비용 등 초기 투자비용 8000여만원을 6개월 만에 갚았다. 좁은 가게에 손님이 워낙 북적이다 보니 하룻밤에 테이블이 4~5회 정도 돌아갔다.
◆강남서 튀던 아이,사업가로 변신
그는 대치동에서 태어나 대치초,대청중,중동고를 나온 '강남 토박이'다. 하지만 사교육에 목매는 여느 친구들과 달리 공부에는 큰 취미가 없었다. 강남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의 '아웃사이더'였던 셈이다. 대학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손 사장은 "솔직히 친구들과 노는 데만 관심을 뒀던 탓에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며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 두기를 잘 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첫 가게인 와인바가 성공한 뒤 욕심을 낸 것이 화근이었다. 로데오거리 한복판에 330㎡(100평) 규모의 소주 바 '친친'을 열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1000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내기에도 빠듯했다. 손 사장은 "뼈빠지게 일했지만 손에 쥐는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쓰라린 가슴을 안고 가게를 접었다. 아버지는 '각서 이행'을 종용했지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쳐 압구정역 인근에 이자카야를 내기로 결심했다. 손 사장은 "친구들이 하나둘 이자카야를 찾는 것을 보고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가장 신경을 쓴 것은 '가게 목'이었다. 그가 미카 1호점을 압구정역 인근에 낸 것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점심메뉴를 팔기 위해서였다. 다음은 '음식맛'과 '인테리어'였다. 손 사장은 "좋은 맛을 내는 비결은 간단하다"며 "돈을 들이더라도 솜씨 있는 요리사와 양질의 재료를 쓰면 된다"고 했다.
2호점을 연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프랜차이즈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미카를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글=성선화/사진=김영우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