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0일 "EBS(교육방송) 강의 내용이 지금까지 수능시험에 30% 정도 영향을 미쳤으나 올해부터 70% 또는 그 이상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수능에서 EBS 수능강의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장관이 직접 목표 수치 제시

안 장관은 이날 서울 도곡동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옥에서 수능강의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연계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과부-EBS-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류협력 협정서(MOU)'를 체결한 뒤 기자들에게 '70%'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 '2 · 17 사교육 대책'에 따라 EBS 수능강의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계 출제돼 오면서 그동안 누구도 구체적 반영률(연계율)을 거론하지 못했지만 안 장관이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

그동안 EBS 수능강의나 EBS 강의교재와 유사한 문제가 실제 수능시험에서 출제되는 비율은 매년 영역별로 20%에서 60%까지 들쭉날쭉했으며 평균 30% 안팎에 그쳤다. EBS는 작년 치러진 2010학년도 수능의 경우 수능강의 내용과 문항이 엇비슷하거나 일부만 변형하는 등 '직접 연계율'이 언어 30%,수리 가 40%,수리 나 56.7%,외국어(영어) 30%라고 밝혔다.

EBS는 같은 예시문을 쓰거나 EBS 강의 내용을 유추해 풀 수 있는 간접 연계율이 언어 54%,수리 가 36.7%,수리 나 20%,외국어 50%이며 직 · 간접 연계율을 합하면 76.7~84%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는 안 장관의 발언과 관련,'비슷하다고 억지로 우기는' 간접 연계율이 아니라 문항 자체가 유사하거나 숫자를 바꾸는 등 일부 변형한 직접 연계율이 70%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사교육 줄일지는 미지수

교과부가 EBS에 대한 지원예산을 지난해 175억원에서 올해 262억원으로 늘리고 '스타강사'를 대거 영입한 데 이어 안 장관이 연계율 70%를 거론함에 따라 EBS 수능강의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온라인 입시학원 등 사교육 시장에는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 최근 EBS 인터넷 강의 접속은 배 이상으로 뛴 반면 온라인 입시학원 회원 수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EBS만 봐도 대학 간다"는 교과부의 설명에 대해 사교육업계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어느 문제집이나 출제될 만한 지문이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연계율 30%냐 70%냐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며 "EBS 실제 인용 비율은 20%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EBS 강의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사교육이 또 생겨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