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S 거래 철퇴 맞나…유럽 이어 美도 규제 목소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그리스 총리 "보험금 타려고 이웃집 불지르는 격"
NYT "골드만삭스가 CDS 매입 부추겨 위기 증폭"
EU, 규제안 내달 마련…美 의회도 법안 준비
NYT "골드만삭스가 CDS 매입 부추겨 위기 증폭"
EU, 규제안 내달 마련…美 의회도 법안 준비
세계 금융위기를 심화시킨 주범으로 꼽히는 파생금융상품 신용부도스와프(CDS)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CDS가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를 확산시킨 것으로 지목되면서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9일 미국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뒤 투기적인 파생상품을 규제하겠다는 유럽의 제안에 오바마 대통령이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CDS 거래가 그리스 정부의 차입비용을 높여 재정위기를 증폭시켰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전날 워싱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강연에서 "금융시스템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랑곳하지 않고 단기수익을 노리는 투기거래를 이제는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리 겐슬러 미 상품거래소(CFTC) 위원장도 CDS가 2008년발 금융위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힘을 실어줬다. 관건은 CDS 규제를 위한 입법이다. 미 하원은 정부가 제출한 안을 기초로 CDS를 비롯한 파생금융상품 계약 규모 제한 등의 규제안을 담은 금융감독개혁법안을 지난해 하반기 통과시켰다. 상원은 자체 법안을 마련 중이다.
독일과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연합(EU) 국가들도 그리스 위기를 계기로 투기적인 CDS 거래 규제에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EU 재무장관회의) 의장과 만나 "CDS를 제어할 새로운 규제를 가능한 한 빨리 마련해야 한다"며 "투기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데 EU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도 지지를 표명했다. 메르켈 총리와 파판드레우 총리는 CDS 거래를 "이웃집이 가입한 화재보험증서를 매입한 후 이웃집을 부수거나 불을 질러 돈을 버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EU는 오는 16일 열릴 재무장관 회의에서 CDS 규제의 큰 틀을 4월까지 제시키로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는 또 CDS 규제를 주요 20개국(G20) 수준에서 국제적으로 논의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6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미국이 지체하면 입법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규제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국제스와프 · 파생상품협회(ISDA)에 따르면 전 세계 CDS 거래계약 규모는 7년 전 3조달러에서 최근 25조달러로 급증했다. 미 최대 보험사 AIG가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한 것도 CDS를 대거 판매했다가 계약 상대방에게 손실을 보전해주느라 부실이 커진 결과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리스 정부의 통화스와프 거래를 주선해 부채를 숨기도록 한 것으로 드러난 골드만삭스가 CDS 거래까지 부추겼다고 이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 'C.D.S. 101'을 인용,골드만삭스가 지난해 7월과 8월 그리스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국채를 대량 발행한 선진국들의 리스크가 과소평가돼 CDS 가격이 너무 싼지 모른다"면서 "선진국 국채 CDS를 사라"고 권유했다고 전했다.
반면 규제에 대한 반대 의견도 없진 않다. 독일의 금융서비스 규제당국(BaFin)은 투자자들이 그리스 CDS를 투기적으로 거래했다는 증거가 없으며,대부분 위험 헤지용으로 이용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체이스 출신으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더글러스 엘리엇은 "CDS 거래는 시장의 리스크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그 신호를 싫어한다고 해서 그 메시지까지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 역시 CDS 거래를 규제할 경우 국채와 기업 채권을 사는 투자자들의 보호장치가 사라져 차입비용만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김동욱 기자 comeon@hankyung.com
◆CDS=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라고 한다.
국가나 기업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하면 투자자들이 채권의 부도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매입하는 보험증서라고 보면 된다. CDS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은 수수료를 받지만 부도가 발생할 경우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 거래되는 CDS의 프리미엄(가산금리)은 국가와 기업의 부도 리스크를 반영하는 신용등급과 동일하게 인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