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지만,창업주의 이름을 딴 이 로고는 그대로다. 자동차 산업에 일생을 바치며 '자동차의 왕'이라 불리게 된 창업주 헨리 포드(1863~1947)의 족적은 변치 않는 로고만큼이나 확연하다. 헨리 포드가 자동차 업계에 뛰어든 계기는 1896년.엔진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한 신문기사를 읽게 되면서부터다. 이 기사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34세의 헨리는 자신이 스스로 엔진을 만들어 마차에 달아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세기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에디슨 일루미네이팅'에서 수석기사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그 해 6월 헨리는 자신의 첫 번째 4륜차를 완성시킨다. '자동차'라고 불리기엔 조악한 물건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열정은 빛을 발했다.
헨리는 1903년 추진력을 높이 산 자본가들의 힘을 얻어 단 11명의 직원을 데리고 '포드 모터 컴퍼니'를 출범시킨다. 이 회사를 통해 헨리는 당시 고가였던 자동차의 '대중화'를 선언한다. 어지간한 '월급쟁이'도 자가용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였지만,당시 업계는 조롱했다. 그들에게 자동차란 부유층만을 위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선입견은 포드가 1908년 '모델 T'를 발표하며 무너진다. 이 차의 초기 판매가격은 825달러,당시 금(金) 시세를 기준으로 해서 현재 가치로 환산해 보면 원화로 5000만원 수준이다.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라는 평을 받은 이 차는 1927년 단종 될 때까지 누적 1500만대 이상 팔리는 성공을 거뒀다. 지구상 자동차의 약 70%가 포드의 T모델이라는 통계가 나올 정도였다. 이 차가 만들어진 디트로이트주는 미국 자동차 메카로 거듭났다.
그리고 1930년,경영 악화로 포드는 경쟁업체 제너럴모터스(GM)에 1위를 내준다. 모델 T 단일차종만을 고집한 결과였다. 포드는 올 2월에 들어서야 GM으로부터 1위 자리를 탈환한다. 1998년 7월 단 한 달 동안 생산 장애가 발생한 GM을 앞선 적이 있지만,실질적으로는 무려 80년이 지나서야 추월에 성공한 셈이다.
포드가 다시 찾은 1위 자리를 얼마나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리콜 사태로 일본 도요타가 큰 타격을 입으며 일시적인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도 있다. 앞으로의 포드는 헨리 포드의 증손자인 회장을 맡고 있는 빌 포드 3세(53)의 손에 달려 있다.
2002년 포드는 창업주 헨리 포드의 생전 모습과 빌 포드 회장의 모습을 함께 담은 광고를 제작하며 '창업주의 이념을 살려 회사 재건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창업 후 100년,창업주가 사망한 지 60년 이상 지났지만, 'Ford'라는 이름이 여전한 호소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진석 한경닷컴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