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郵政)사업 재편을 둘러싸고 수년째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일본에서 이번엔 '우체국 예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가 일본우정의 자산 확충 차원에서 우체국 예금의 1인당 저축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민간 은행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9일 은행 및 보험업계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우정개혁 관련 의회 청문회에서 현재 1인당 1000만엔(약 1억3000만원)인 우체국 예금의 상한선을 3000만엔(약 3억9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간 은행들의 예금보장 한도(1인당 1000만엔)보다 더 늘리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전국은행협회는 "이 같은 방침이 확정되면 민간은행의 예금이 대거 전액 예금이 보장되는 우체국으로 몰릴 위험이 있다"며 "정부가 예금한도 상향을 강행할 경우 유초은행(일본우정의 금융부문)과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 공용 계획을 각 은행들이 다시 생각할 수도 있다"고 강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주일 미국상공회의소도 "일본 정부가 국영 금융사업인 우체국 예금만을 우대하는 정책을 편다면 외국계 은행들로부터 큰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유초은행은 200조엔의 우체국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금융계의 '큰손'이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일본 정부는 유초은행의 자산 규모를 늘려 향후 발행되는 국채를 소화시키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