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의 3배 가까운 돈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올인'한 서울의 신용협동조합 한 곳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자산 총액 39조원,조합원 수 520만명에 달하는 신협의 경영감독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협도 부동산PF 주의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의 서강신협에 대해 영업정지 결정을 내렸다. 자기자본 30억원인 이 조합은 자기자본의 20%인 6억원까지만 동일인 대출이 가능하지만 강원도의 한 지방건설사에 86억원을 빌려줬다. 후분양 아파트를 시공 중인 이 회사는 공사비 마련을 위해 자금을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대출이 이뤄진 지 6개월 만에 이 사실을 적발한 신협중앙회 측은 26개 차명으로,날짜를 달리 해 쪼개서 대출이 이뤄져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중앙회는 조합장과 대출 담당자 등 5명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명백한 불법 대출인 만큼 담보 처분 등을 통해 즉각 원금 회수에 나서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982개 신협에 대한 경영감독 책임은 금융감독원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35명으로 구성된 중앙회 검사부가 담당하고 있어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 조합의 총 자산은 482억원,예금자는 5700명이다. 금융위는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00만원을 넘는 예금자는 없다고 밝혔다. 인근 신협 가운데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이 없어 서강신협은 청산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1년 반 동안 국회에 방치된 신협 개혁법

정부는 2008년 10월 신협에 대한 경영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국회는 1년6개월 가까이 논의는커녕 안건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부실 책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사유를 확대하고 위법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조합원의 출자금 환급 시 경영실적을 반영,결손금을 뺀 잔여 출자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만 환급토록 하는 등 경영감시 장치도 두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합 이사장 등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적손실만 5000억원에 달하는 신협 중앙회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도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중앙회 회장을 비상임으로 바꾸고 임원의 과반수를 전문이사로 구성,인사 전횡을 막고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도 높이도록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협의 경우 아무래도 정책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데다 정치권도 수백만명에 달하는 조합원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개혁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2년 연속 당기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예금보호기금도 5000억원 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