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등급 건설사 '예고된 퇴출'…불안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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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등 혜택 못받고 사업부진
성원ㆍ신창건설 등 법정관리行
성원ㆍ신창건설 등 법정관리行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기업) 건설사의 한 임원은 10일 "작년 C등급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피했지만 주택경기 부진으로 인한 미분양 적체가 결정타로 작용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장에서는 B등급을 받은 중견 건설사인 성원건설이 지난 9일 퇴출대상인 D등급 판정을 받자 'B등급의 저주가 시작됐다','예고된 B등급의 몰락이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B등급을 받은 건설사 중에서 신창건설이 작년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현진은 작년 10월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성원건설마저 퇴출 등급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채권 · 채무가 동결돼 단기적인 자금압박은 없고 금리도 연 5% 이하로 적용받는 워크아웃 건설사보다 B등급의 사정이 더 취약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B등급 가운데서도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제2의 성원건설' 짝이 나지 않을 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 순위 60위권으로 B등급을 받았던 한 건설사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방에 공급할 예정인 아파트 분양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B등급 건설사도 모기업이 자금난에 빠지고 어음만기일이 90일에서 120일 이상으로 연장되며 부도설에 휘말리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성원건설 말고도 지난 2월 양도소득세 한시감면 혜택이 종료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견 건설사들이 꽤 많다"며 "특히 PF 대출 비중이 높고 미분양이 많은 4~5개 업체는 이미 부도설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채권은행들이 중견건설사 재평가를 본격화하면 지난해 B등급을 받았던 건설사 중 10여개 건설사가 C등급이나 D등급으로 추락할 수 있다"며 "무리한 주택사업등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한 곳이 우선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B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지방의 한 중견건설사는 그룹의 주력업종인 유통 부문을 매각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또 다른 건설사는 대주주 지분을 매각,대출금을 갚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B등급 업체들의 몰락은 국내 건설 ·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주택부문의 실적 저조와 해외사업 지연 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성원건설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자금사정이 나빠지기 시작한 후 작년 8월 수주한 1조2000억원 규모의 리비아 토부룩 신도시 주택건설 프로젝트의 선수금 1800억원을 받지 못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작년 말에는 어음 25억원을 막지 못해 대주단 협약에 가입했다. 그럼에도 체불임금이 150억원,협력업체 미지급금이 1000억원에 이르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법정관리란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다.
반면 C등급 업체 가운데 아파트 부지 등 자산매각에 박차를 가하며 PF 대출 상환에 노력,유동성 압박을 해소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이런 노력을 기반으로 올해 주택 신규분양 등 사업 재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동문건설의 경우 작년 10월 인천 청라지구에서 734채를 공급,거의 모두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는 4600채 가량의 주택을 신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당수 C등급 업체들은 인력을 50% 이상 감축,몸을 가볍게 하고 워크아웃 조기 졸업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