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가 2002년 출범 후 공생관계를 맺어온 대우자동차판매에 결별을 통보했다.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은 10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수 점유율 두 자릿수를 회복한다는 공격적인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우차판매와 모든 사업관계를 종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우차판매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993년 설립한 회사로, 작년 판매 부진이 심화하면서 469억여원의 적자를 냈다.

◆결제대금 미납이 결정타

GM대우가 결별을 통보하자 대우차판매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영업권 상실'이란 충격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대우차판매는 조직 및 인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지만,송도 개발사업에 주력하는 한편 상용차 및 수입차 판매를 강화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차판매가 판매대금 결제를 차일피일 미뤄온 게 결별을 선언한 가장 큰 이유라고 GM대우 관계자는 전했다. GM대우 측은 "대우차판매가 최근 수개월간 판매대금 납입일자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며 "이는 명백한 계약위반"이라고 말했다. 릭 라벨 부사장은 "올해 대대적인 변신을 해야 하는 GM대우 입장에서 대우차판매의 영업실력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GM대우는 대체 딜러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S사 등과 최종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다. GM대우는 지난 1월 종전의 독점 판매체제를 깨고 지역 총판제를 도입한 결과 하루 출고대수가 종전 220대 수준에서 520대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대우차판매 매출액 45% 감소할 듯

대우차판매 관계자는 "GM대우가 최근 30일 결제 시스템을 20일 결제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자금 압박이 심화됐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대금 납입을 추진했는데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화했다"고 아쉬워했다.

대우차판매는 GM대우 차량을 판매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올해 예상 매출액의 45%(약 1조원)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는 작년에 자동차판매 부문에서만 총 2조896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크게 손해볼 게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작년에 기록한 영업손실 469억원,당기순손실 1501억원의 대부분이 자동차 사업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GM대우 차량을 판매할 때마다 받았던 실제 수수료가 판매가의 0.5~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구조가 취약했다"며 "영업권 해지로 적자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송도 개발에 집중할 것"

대우차판매는 이날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과 인천 송도 도시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 자금 유입이 이뤄지면서 숙원이던 송도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회사는 또 수입차 사업을 다각화하는 한편 버스 · 트럭 등 상용차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현재 폭스바겐 아우디 크라이슬러 미쓰비시 등의 수입차를 판매 중이다. 미쓰비시의 경우 직접 자회사를 설립해 수입하고 있다.

대우차판매는 필요할 경우 조직 및 인력 재편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직접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총 800여명으로,GM대우 차량을 판매하는 직영 영업사원만도 350여명에 달하고 있다.

대우차판매의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차판매의 재무구조에 중요한 변동사항이 생긴 만큼 면밀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