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다. 신문을 펼치면 스마트폰 기사가 눈에 띄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폰은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생활 양식 전반을 통째로 뒤바꿔 버릴 것이라고 한다. 실제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그래서인지 스마트폰을 잘 모르면 '루저'(loser)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다소 과하다 싶은 스마트폰 열풍은 아마도 애플 아이폰의 국내 출시가 다른 나라보다 몇 년 뒤처진 것도 큰 영향을 준 듯하다. IT(정보기술) 강국이면서도 스마트폰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진 데 따른 일종의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최근 국내 스마트폰 열풍은 좀 지나치다 싶은 생각이 든다. 마치 지금 스마트폰 활용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온 나라가 조바심을 내는 모습이다. 기업은 물론 청와대부터 정부 부처, 그리고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 바람은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사실 스마트폰의 기능이 무궁무진하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PC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것들이다. PC방 같은 곳이 주변에 많다면 굳이 스마트폰을 쓸 일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 칩이 길찾기나 지도활용 등에서 PC와 차별화되지만 이 역시 내비게이션 보급률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스마트폰이 있으면 때론 더 편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없어도 그만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스마트폰은 다양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크기 제한 때문에 PC의 편의성을 따라갈 수 없다. 애플사가 A4용지 크기의 아이패드를 출시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이폰 국내 출시 100일을 즈음해 작금의 스마트폰 바람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걱정되는 부분은 정부의 움직임이다. 행정안전부는 올 상반기 중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행정 서비스 사업' 1단계를 시작한다고 최근 밝혔다. 국정 현안을 장 · 차관에게 스마트폰으로 보고하고 회의 일정 조정이나 업무협의 등을 스마트폰으로 한다는 게 골자다. 내년에는 다른 부처와 공공기관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말이 좋아 그렇지 실제로 이런 일들을 화면이 3~4인치에 불과한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고 생각해보라. 장 · 차관 정도 연령이면 대부분 노안 때문에 작은 화면이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사용 방법 익히기가 만만치 않은 스마트폰을 이들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 기존의 문서와 컴퓨터로 하는 업무보고는 그대로 하고 스마트폰으로 별도의 보고를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전시 행정의 전형이요 예산 낭비에 다름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도 그저 '보여주기용'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분명 새로운 트렌드이고 업무와 일상생활에 적절히 활용만 한다면 매우 유용한 기기임에 틀림없다. 관련 산업 역시 적극 육성돼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온 나라가 호들갑을 떨며 매달려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그건 통신사나 제조업체의 몫이고 소비자는 그저 마음에 들면 사서 쓰면 그만이다. 이러다가 온 나라가 스마트폰에 체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