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대신해 도입하는 '전임자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의 범위와 한도 등을 정하는 근로시간면제 심의위원회(근면위)가 출범한 이후 근면위에 참여하는 공익위원들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노사 간 입장차가 워낙 크다 보니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근면위 공익위원으로 위촉된 학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토론회나 논문,인터뷰 등을 통해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서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원칙론이 지켜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타임오프 항목의 구체화를 통한 노사 간 갈등 소지 제거 △중소기업 노조에 대한 한시적 재정 자립 여건 마련 △상급노조 파견자 임금 자체 해결 등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근면위 위원장을 맡은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그동안 언론매체 기고문 등을 통해 "전임자 임금이 노사관계의 '거품'을 조장해 왔다"며 "노조가 자립해야 노사가 실질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원칙론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한 칼럼에서 중소기업 노조의 재정적 자립 여건 마련과 관련해 "규모가 작은 노조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따른 충격이 커 이를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며 "중소 노조의 위축을 막는 것이 핵심"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또 "산별교섭이 정착되려면 사용자 측이 산별 대표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하고,노조 사무실도 공장 밖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상급노조 파견자가 사측의 임금지급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도 상급단체 파견자 임금지급 금지,중소기업 노조 지원 등 비슷한 의견을 보여왔다. 지난해 말 한 토론회에서 "외국에서는 상급단체 파견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부당 노동행위로 인정한다"며 "공익위원들이 파견 업무를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 유지 관리 업무에 포함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시행되더라도 중소기업 노조를 지원한다면 2~3년 뒤에는 재정 자립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상희 산업기술대 교수도 상급노조 파견자 임금지급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엄격한 시행을 강조해 왔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지난해 10월 노사관계학회 토론에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시행되더라도)대기업 노조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전임자 임금지급을 관철하고,중소기업 노조는 재정 위축에 시달려 노조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국가경쟁력과 사회통합이라는 정책 목표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 노조에는 엄격한 잣대가,중소기업 노조에는 재정 자립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준성 성신여대 교수는 연구논문 등을 통해 국내 사업장의 임금체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초과근로수당이나 성과배분임금 등 불규칙하게 주어지는 비(非)임금적 성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임금은 소정 근로에 대한 대가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향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임오프 제도의 엄격한 시행을 통해 애매모호한 뒷돈 관행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