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등반경력의 전문산악인 유정열 관동산악연구회장이 《유정열의 한국 1000명산 탐방기》를 새로 내놨다.

그는 국내 3000여개의 산과 킬리만자로,안데스 최고봉 등을 등정해 온 산악인이자 산악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 2년 전부터 《한국 600명산 탐방기》와 《한국 800명산 탐방기》를 차례로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1000개의 명산을 담았다.

단순한 등산경로나 산에 대한 감흥을 얘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산에 얽힌 유래와 역사,관련 문학작품과 철학까지 다채롭게 담고 있는 이야기책이자 역사교과서라 해도 손색이 없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학문적 경계를 넘나드는 지식과 산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드라마 속의 궁예가 왕건을 피해 도망치며 오른 경기도 가평의 국망봉을 오르면서 그는 궁예의 마음을 깊이 되새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토록 믿었던 최측근 왕건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왕건을 피해 이 산을 오르면서 과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세운 도읍지인 철원이 불타는 모습을 보고 어떤 마음이 교차했을까? 이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산에 올라보기를 권한다.

그런 점에서 자연과 사람 그리고 건강한 인생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그의 심성이 잔잔하게 전해져온다. 그는 또 책 속에 '산길 탐방' 코너를 마련하고 전문 산악인들만의 등산 등반법을 얘기해준다. 그저 산에 한번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 이상으로 산을 음미하는 방법이 그 속에 녹아있다.

그는 "자연을 느끼고 산을 닮은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오래된 친구처럼 항상 나를 기다려주는 산을 만나는 기쁨은 이루 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