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급 이하 정규직 은행원들 가운데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은행,본부장 이상 고위 간부급에서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SC제일은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적으로는 은행의 여성 직원 비율이 일반회사와 비슷했지만 간부급으로 갈수록 그 비율이 낮아져 금융권의 유리천장(glass ceiling · 승진을 가로막는 회사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11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 SC제일 한국씨티은행 등 8개 은행의 남녀 정규직 직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나타났다.


◆여성직원 비율은 평균 수준

국내 8개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7만2594명 가운데 여성이 2만6886명으로 37.0%를 차지했다. 노동부가 지난해 국내 상시 근로자 1000명 이상 기업과 정부투자기관 정부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 근로자 비율(35.1%)을 약간 웃돌았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여성 행원 비율이 절반을 넘어 가장 높았다. 전체 정규직 8031명 가운데 여성이 4452명으로 55.4%를 차지했다. 이어 우리 44.1%,한국씨티 41.7%,SC제일 37.6% 순이었다. 국민은행은 29.4%에 그쳤다.

하나은행의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 것은 독특한 채용 방식 때문이라는 게 금융 업계의 분석이다.

하나은행은 매년 신입 직원을 '가계금융직렬'과 '종합직렬'로 나눠 채용하고 있다. 가계금융직렬은 영업점에서 개인금융 관련 업무만 전담하는 행원이고 종합직렬 행원은 기업금융과 기타 지원 업무도 함께 맡는다. 새로 들어오는 가계금융직렬 행원의 경우 여성이 절반 이상이어서 다른 은행에 비해 여성 직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작년에 가계금융직렬로 250명을 뽑은 반면 종합직렬 채용은 16명에 그쳤다.

우리은행은 과거 비정규직이었던 창구 담당 직원 3000명가량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여성 직원 비중이 올라갔다. 반면 국민은행은 여성이 대부분인 창구 전담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따로 분류하고 있다.

◆여성임원 비중은 현저히 낮아

본부장급 이상 고위 간부로 재직 중인 392명 가운데 여성은 16명으로 4.1%에 그쳤다. 작년 노동부가 1000명 이상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여성 임원 비율 6.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8개 국내 시중은행에서 여성 행장은 없다. 여성 부행장은 7명이지만 이들 모두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이 여성 부행장 4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씨티은행 2명,미국 투자펀드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이 1명이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 5개 은행에선 여성 부행장이 없다.

여성 본부장의 경우 국민은행이 3명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 외환은행이 각각 2명,기업 SC제일이 각각 1명이었다.

'은행의 꽃'으로 불리는 지점장(부장)은 여성이 341명으로 5.7%를 차지했다. 지점장급 여성 비율은 한국씨티은행이 10.9%로 가장 높았고 SC제일 8.2%,하나 8.0%,우리 6.0%,외환 5.2%,국민 5.0%,신한 4.3% 순이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여성의 경우 학연 지연 등에서 남성보다 폭이 좁아 영업하기가 어려워 일선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적은 편"이라며 "출산이나 육아문제 등으로 인한 휴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균/유승호/이태훈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