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슬림 '세계 최고 갑부' 등극…빌게이츠 제쳤다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이 '세계 최고 갑부'에 올랐다.

미국 격주간 경제지 포브스는 10일 올해 '세계 갑부 순위'에서 지난해 350억달러에서 535억달러(60조6700억원)로 180억달러를 불린 슬림이 빌 게이츠(530억달러)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인물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포브스의 최고 갑부 타이틀은 1995년부터 15년간 단 한 차례를 빼고 줄곧 '넘버 1'의 자리를 지켜온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독무대였다. 2008년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유일하게 게이츠를 제쳤다. 슬림 회장은 1994년 일본의 민영 철도 재벌 세이부그룹의 쓰쓰미 요시아키 회장 이후 첫 비미국인이기도 하다.

슬림 회장의 1위 등극은 그가 소유하고 있는 이동통신업체 아메리카 모빌과 유선통신업체 텔멕스,텔멕스 인터내셔널의 주가가 중남미 통신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크게 오른 덕분이다. 게이츠 전 회장도 최근 MS 주가가 50% 뛰면서 지난해보다 재산이 130억달러 늘었지만 슬림 회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메리카 모빌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브라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과테말라 에콰도르 등 중남미 18개국에서 약 2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거대 이동통신업체다. 올해에만 가입자가 1700만명 늘었고 매출은 지난해 298억달러였다. 아메리카 모빌의 주가는 일년새 35%가량 상승했다. 슬림 회장이 보유한 아메리카 모빌 주식가치는 230억달러로 추정된다. 포브스는 아메리카 모빌 외에 그가 소유한 다른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레바논 이민자 2세인 슬림 회장은 멕시코에서 통신 금융 건설 유통 방송 등 거의 모든 사업분야 기업들을 소유하고 있다. 금융그룹 인부르사를 비롯해 담배업체 시가캠,저가항공사 보라리스,음반업체 믹스업 등이 슬림 휘하의 기업들이다. 멕시코에선 슬림이 소유한 병원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가 소유한 회사의 물건을 소비하면서 산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그의 재산은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한다.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인 아버지 소유의 땅에 빌딩을 지어 팔면서 재산을 불리기 시작했다. 1982년 멕시코 외환위기가 그에게 갑부가 될 기회를 제공했다. 슬림은 당시 헐값에 나온 기업들을 부동산 개발과 증권 투자로 모은 자금으로 쓸어담았다. 특히 1990년 멕시코 유선통신 시장의 90%를 장악한 국영 기업 텔멕스를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거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싼 값에 사들인 기업을 구조조정을 통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꾸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가 대비 3000배의 수익을 낸 기업도 있을 정도다. 슬림은 "보통 사람들에겐 단어가 언어로 쓰이지만 우리 같은 이들에게 언어는 숫자"라고 말한다.
카를로스 슬림 '세계 최고 갑부' 등극…빌게이츠 제쳤다
슬림 회장,게이츠 회장,버핏 회장(470억달러)의 뒤를 이어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회장(290억달러)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회장(287억달러) △로렌스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280억달러)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275억달러) △에이케 바티스타 EBX 회장(270억달러)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 회장(250억달러) △칼 알브레히트 알디 회장(235억달러) 등이 갑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10억달러 이상을 가진 갑부는 1011명으로 지난해(793명)보다 218명 늘었다. 평균 자산도 5억달러 늘어난 35억달러로 나타났다.

포브스의 스티브 포브스 편집장은 "올해 순위에선 아시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며 총 1011명 중 미국인의 비율이 지난해 45%에서 올해 40%(403명)로 낮아진 반면 중국 인도 등 아시아 · 태평양 지역 갑부는 지난해 130명에서 올해 234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유럽의 248명과 비슷한 수치다.

특히 중국인은 지난해 27명에서 64명으로 늘어나면서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총 49명이 등재된 인도는 미탈 회장이 전 세계 4위에 오르는 등 중국과 함께 아시아 지역 순위에서 상위권을 양분했다. 브라질 러시아 터키의 갑부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국내에선 이건희 전 삼성 회장(100위)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 · 기아차 회장(249위),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536위),신창재 교보생명 회장(616위),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616위),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655위),신동주 일본롯데 회장(655위) 등 11명이 세계적 갑부에 끼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