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코리아 2010-세계 원자력 정상회의] "원전 르네상스 위해선 핵처리 다국적 통제시스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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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바라데이 IAEA 명예 사무총장
우라늄 채굴 등 투명하게 하면 核위험 줄어
北 에인센티브 주고 핵포기 계속 설득 필요
우라늄 채굴 등 투명하게 하면 核위험 줄어
北 에인센티브 주고 핵포기 계속 설득 필요
"원자력 혜택을 최대화하면서 핵무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원전 원료인 우라늄 채굴부터 방사능 폐기물 처리까지 투명하게 관리하는 다국적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명예 사무총장은 11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세계 원자력 정상회의(SHAPE 2010)'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집트 출신인 그는 1997년부터 12년간 IAEA 사무총장을 지냈다. 2005년 세계 핵 평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IAEA와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원자력(핵)에 대한 다국적 통제 시스템을 만든다면 모든 국가에 원자력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도 핵 비(非)확산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통제로 안전하고 공평한 원자력 이용"
엘바라데이 총장이 제시한 다국적 통제 시스템은 우라늄 채굴-운반-사용-재처리-폐기에 이르는 과정을 다국적 직원들이 공동 감시하고,아시아 · 중동 · 유럽 등 지역별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담당하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하면 개별 국가들이 핵연료 효율성을 높인다며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 농축이나 플루토늄 추출을 시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엘바라데이 총장은 이 방법의 장점으로 △다국적 직원들이 서로 면밀히 감독할 수 있고 △민감한 시설 수를 줄여 핵물질 확산과 도난 가능성을 낮추며 △가난하거나 소규모의 국가들이 효율적으로 기술과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아울러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사용후 핵연료 32만4000t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핵연료 공급은 IAEA 법규에 부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같은 시스템이 "핵 비확산 체제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핵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등 9곳이며 전 세계에 2만3000개의 핵탄두가 있다. 우라늄 농축과 플라토늄 추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핵 보유 가능국도 20~30곳에 이른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북한 핵 동향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북핵 대응책을 묻는 참가자에게 엘바라데이 총장은 "북한 핵은 해결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북한은 안전보장과 인센티브를 원한다"며 "경제 발전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등 핵보유국들은 핵을 일종의 '보험'으로 삼고 있다"며 "핵보유 국가가 되면 국제 사회에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데,이들이 더 많은 양보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핵폐기 및 원전 이용 노력 병행해야
이날 오후 진행된 '핵무기없는 세계'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전망'이란 주제의 총회에서는 "핵무기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원전 개발을 제한해서는 곤란하다"는데 주제발표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토마스 그라함 전 미국 대통령 특별보좌관은 "냉전이 20년 전에 끝났지만 핵 기술과 테러리즘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핵은 핵 보유국에도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인류공존을 위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원자력은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탄소 없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할 수단"이라며 "핵무기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원전 개발을 주저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드르 니키친 러시아 국제정책연구소장은 "전세계 핵무기의 90%를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다"며 두 나라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작년 말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 탄두는 약 6000개"라며 "2002년 소트(SORT) 협정에서 10년내 탄두수를 1700~2200개까지 줄이자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검증방법과 통제방법에 대한 합의가 없어 실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상은/강유현/심은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