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사이 '단타매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시장이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횡보하자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시각으로 매매에 나선 모습이다. 개인과 기관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동일 종목을 놓고 하루이틀 새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가며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탓에 주식회전율이 빠르게 상승 중이다. 손바뀜이 잦은 일부 종목들의 경우 주가가 요동치는 사례도 속출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 회전율은 지난 2월 말 1.06%에 그쳤으나 이날 1.68%를 기록했다. 지난 9일에는 2.02%까지 올라 1월20일(2.22%) 이후 처음으로 2%대를 찍는 등 이달 들어 뚜렷한 상승세다. 거래량 회전율은 하루 거래량을 상장주식 총수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거래가 빈번하다는 뜻이다.

하루 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거래대금 회전율 역시 2월 말 0.38%에서 이날 0.55%까지 상승했다. 매매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거래대금회전율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회전율 상승의 주 요인은 시장 불투명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단기매매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달 들어 8일 연속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는 개인은 중소형주를 타깃으로 공략 종목을 발빠르게 교체하고 있다. 최근 지수 상승으로 자금 유출에 시달리고 있는 투신권 등 기관 역시 단기매매로 수익률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개인은 지난 8,9일 한화석화를 매수했지만 대한생명 공모가가 기대보다 낮게 결정되자 10일과 11일 잇따라 순매도하며 태도를 바꿨다. 현대제철도 8,9일 개인 순매수 상위리스트에 올랐다가 이튿날에는 주요 순매도 종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관은 단기매매에 대형주까지 적극 동원하고 있다. 기관은 최근 4일간 하이닉스를 이틀씩 각각 순매도와 순매수하며 오락가락했다. LG디스플레이도 샀다 팔았다를 되풀이하고 있다. 포스코우리금융은 최근 3일간 매일 순매수와 순매도 리스트에서 위치 이동 중이다.

외국인은 개인과 기관만큼 공략종목을 자주 교체하지는 않지만 일부 전략종목은 뚜렷한 방향 없이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종목은 우리금융으로,외국인은 9일 30억원 순매도했다가 10일에는 70억원 순매수하더니 이날은 다시 50억원 순매도했다.

잦은 손바뀜 과정에서 주가변동폭이 확대된 종목들도 있다. 지난 1월 말 상장된 락앤락은 개인과 기관은 물론 외국인까지 단타에 가세하면서 이날 6.12% 상승하는 등 이번 주에만 17%가량 급등했다. 이 종목은 지난 9일 외국인 순매수 4위에 올랐다가 10일에는 순매도 5위,이날 다시 순매수 3위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단기매매 종목으로 부상했다. 락앤락의 하루 거래량은 8일 64만주에 그쳤지만 9일에는 300만주를 넘는 등 거래량도 급증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에서 주춤하자 중소형주 위주로 단기매매가 늘고 있다"며 "지수가 크게 오르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이 개별종목 위주로 접근하면서 회전율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