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져갔는지는 보지 못해…골프채·가방 살때 직접 동행"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나온 곽 전 사장은 5만달러 전달 당시 상황과 관련해 "오찬이 끝나고 총리 공관을 떠나기 직전 밥을 먹었던 식당 의자에 5만달러가 든 봉투를 놓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그는 "봉투를 놓은 뒤 의자를 식탁 안쪽으로 밀어 넣지는 않았고,봉투를 놓는 것을 본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에게 봉투를 보여줬느냐는 물음에는 "한 전 총리가 봉투를 봤는지 안 봤는지는 알지 못하며 누가 그것을 가져가는지도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당초 검찰은 공소를 제기하면서 "곽 전 사장이 각각 2만달러와 3만달러가 든 돈봉투 2개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고 밝혀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직접 돈을 건넨 뉘앙스를 풍겼다. 곽 전 사장은 다만 "돈봉투를 두면서 '죄송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봤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 "한 전 총리와 골프숍에 함께 가서 일제 혼마 골프채와 골프가방 등을 사줬다"며 "골프숍 직원이 한 전 총리를 (아내로 착각하고) '사모님'이라고 해서 높은 양반한테 사모님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혼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과 그리 가까운 관계가 아니었다"고 주장해 온 만큼 이 진술은 한 전 총리의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검찰은 대한통운 서울지사에서 발행된 10만원권 수표 100장의 인출 내역이 담긴 금융회사 전표와 이 수표가 지급된 명세서 등을 보여주며 "서울지사에서 발행된 수표 99장이 골프용품점 계좌에 입금됐다"고 강조하고 골프채 가방과 옷가방 판매 내역 옆에 '한명숙'이라고 기재된 장부 등을 제시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드라이버와 우드 아이언 퍼터 골프가방 옷가방 골프공 모자 장갑 티셔츠 등을 받았다고 밝혔다.
곽 전 사장은 이에 앞서 두 사람의 관계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나는 한 전 총리와 친하다고 느꼈다. 장관이나 총리를 할 때는 만나기 힘들었고 국회의원일 때는 종종 만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쓰던 휴대폰 번호 2개가 적힌 곽 전 사장의 수첩을 증거로 제시하며 한 전 총리가 총리로 재직할 때 통화한 적이 있는지,어떤 용무로 통화했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곽 전 사장은 "오후 9시쯤에 통화를 한 적이 있다"며 "석탄공사인지 한전인지에 가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은 지난 8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매주 2~3차례 재판을 여는 집중 심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다음 달 9일 선고가 내려진다.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15일),이국동 전 대한통운 사장(19일),정세균 민주당 대표(26일) 등이 잇달아 증인으로 법정에 설 예정이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