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끼치게 뻔뻔한 김길태’‘범행만큼 흉악한 행태’(문화일보)‘괴물과의 전쟁’이라고 생각해야’(조선일보)

괴물,짐승,살인마… 이 무슨 말로도 표현이 모자랄 듯 합니다.부산 여중생 성폭행 및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길태는 한마디로 괴물이고 짐승이었습니다.

아니 짐승만도 못합니다.짐승은 최소한 그런 짓은 저지르지 않으니까요.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몹쓸 짓을 저지를 수 있을까요.피해자 부모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아려옵니다.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딸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오죽하겠습니까.

김길태는 아직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그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는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겠지요.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최고형에 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우리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는 것은 그 길 뿐이기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보도된 한장의 사진이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중학생 김길태가 교실에서 친구들과 해맑은 표정으로 장난치며 노는 모습의 사진입니다.

김길태의 어린 시절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2살때 부산 사상구 주례동의 한 교회 앞에 버려진 것을 지금의 양부모가 거둬 길렀다는 것 외에는 말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길태라는 이름도 ‘길’에서 ‘태’어났다고 해 그렇게 지었다”고 설명합니다.일부 보도에 따르면 김길태가 엇나가기 시작한 것은 어릴 때부터랍니다.각종 절도 혐의로 소년원을 드나들었고 부산의 한 상업계고등학교 진학해서는 2학년때 중퇴했다고 합니다.

한때 공부를 열심히 하기도 했으나 곧 범죄의 길로 빠져들었다고 합니다.19살이던 지난 1996년 9월 폭력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그 뒤로 이어진 그의 범죄 행각은 이미 잘 알려진대로 극악무도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 여기서 아까 말씀드린 그 한장의 사진으로 다시 돌아가 볼까 합니다.물론 단 한장의 사진으로 그의 됨됨이 품성 인격 등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게 분명 무리입니다.너무 감상적인 접근으로 판단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그런 줄 알면서도 자꾸 그 한장의 사진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당시 김길태는 까까머리 중학생이었습니다.아마 14살 가량으로 친구들과 장난치며 노는 모습은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개구장이처럼 보입니다.그때까지 그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그가 빗나가기 시작한 것은 사춘기를 지나면서 인 거 같습니다.고등학교 2학년때 학교를 중퇴한 뒤 범죄의 길로 들어선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김길태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그러니까 한참 예민한 사춘기 나이였을 중학생에서 고등학교 2학년 사이 말입니다.교실에서 친구들과 해맑게 뛰어놀던 14살 김길태가 폭력혐의로 교도소에 드나들기 시작하는 19살 흉악범 김길태로 바뀐데는 필히 사연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어느 언론도 그 부분에 대해선 취재하거나 분석하는 기사를 전혀 내보내고 있지 않습니다.국내 모든 언론은 그냥 지금 나타난 결과만을 놓고 김길태를 죽일놈,흉악범,살인마로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김길태를 옹호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정말 손톱만큼도 없습니다.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동안 김길태를 위해서 뭘 했나라는 질문을 저 스스로에게 던져보면서 낯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만약 우리 사회가 14살 중학생 김길태를 위해 작은 관심이라도 갖고 따뜻한 손길로 돌보고 감싸안았더라면 ‘19살 김길태’가 태어났을까요.지금의 ‘살인마’ 김길태를 어쩌면 우리 사회가 키워낸 것은 아닐까요.물론 김길태보다 더 어렵고 나쁜 환경속에서도 꿋꿋하게 딛고 성공한 사례가 많은데라고 하면 할 말 없습니다.

혹시 나 스스로 김길태에게 ‘길바닥에 버려진 자식새끼’‘고아 주제에…’라고 손가락질 하진 않았는 지 반성해봅니다.저를 포함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이러한 반성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제2,제3의 김길태는 언제 어디서든 태어날 겁니다.진지한 자기반성없이 그냥 일과성으로 냄비끓듯 반짝 관심만 갖고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나쳐 버린다면 내 딸 그리고 내 아들이 피해자,그리고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피살된 여학생’,‘중학생 김길태’의 나이 또래 아들과 딸을 둔 아버지로 가슴이 먹먹해 몇자 적어봤습니다.피해 여학생 이모양이 부디 범죄없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눈감았으면 합니다.

김수찬 오피니언부장 ksc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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