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무소유 다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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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아내가 세상을 뜨자 친구 혜자가 문상을 갔다. 장자는 다리를 뻗고 앉아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자가 "아내 죽음에 곡을 하지 않는 건 고사하고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까지 하다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장자는 대답했다. "어찌 슬프지 않겠나. 그러나 시작과 끝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본래 삶이란 게 없었을 뿐 아니라 형체도 없었네… 아내는 지금 '큰 방'에 편안히 누워 있지.내가 울고 불고 한다는 것은 스스로 운명을 모르는 소행이 아닐까. 그래서 울기를 그만 둔 것이네."('장자' 지락편)
훗날 장자에게도 죽음이 다가오자 제자들은 거창한 장례를 치르려 했다. 장자는 말했다. "하늘과 땅이 내 널이 될 것이고,해와 달이 옥처럼 비출 것이며,별과 별자리도 구슬처럼 빛날 것이다. 온갖 것들이 장례선물이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모자람이 없거늘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 삶과 죽음을 넘어선 초월의 경지다.
백남준의 뉴욕 장례식에선 조카 하쿠다 켄이 1998년 고인의 바지가 벗겨졌던 '백악관 해프닝'을 언급해 장내가 웃음 바다가 됐다. 이어 조문객들에게 가위를 나눠주고 옆 사람의 넥타이를 잘라 시신을 덮게 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백남준이 1960년 독일 쾰른 공연에서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잘랐던 행위를 재현한 것이다. 고인의 행적과 어울리는 장례식으로 '죽어서도 창작을 한다'는 평을 들었다.
법정스님이 수의나 관을 짜지 말고,사리도 찾지 말며,장례식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거처하던 강원도 오두막의 대나무 평상위에 몸을 놓고 다비를 한 후 재는 오두막 뜰의 꽃밭에 뿌리라는 유지다. 그래서 특별한 의식 없이 송광사에서 간소한 다비식만 치르기로 했다.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가져가지도 않은 '무소유 다비식'이다.
병이 깊어가던 2008년 5월 여름안거 결제 법문에서도 법정 스님은 '버리고 떠나기'를 거듭 강조했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버렸더라도 버렸다는 관념에서조차 벗어나라.선한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일에 묶여 있지 말라.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지나가라." 덧없는욕심을 채우려 밥먹듯 도리를 저버리고,허례의 성대함으로 생의 성패를 가늠하는 풍조에 쩡쩡한 죽비를 치는 듯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훗날 장자에게도 죽음이 다가오자 제자들은 거창한 장례를 치르려 했다. 장자는 말했다. "하늘과 땅이 내 널이 될 것이고,해와 달이 옥처럼 비출 것이며,별과 별자리도 구슬처럼 빛날 것이다. 온갖 것들이 장례선물이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모자람이 없거늘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 삶과 죽음을 넘어선 초월의 경지다.
백남준의 뉴욕 장례식에선 조카 하쿠다 켄이 1998년 고인의 바지가 벗겨졌던 '백악관 해프닝'을 언급해 장내가 웃음 바다가 됐다. 이어 조문객들에게 가위를 나눠주고 옆 사람의 넥타이를 잘라 시신을 덮게 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백남준이 1960년 독일 쾰른 공연에서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잘랐던 행위를 재현한 것이다. 고인의 행적과 어울리는 장례식으로 '죽어서도 창작을 한다'는 평을 들었다.
법정스님이 수의나 관을 짜지 말고,사리도 찾지 말며,장례식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거처하던 강원도 오두막의 대나무 평상위에 몸을 놓고 다비를 한 후 재는 오두막 뜰의 꽃밭에 뿌리라는 유지다. 그래서 특별한 의식 없이 송광사에서 간소한 다비식만 치르기로 했다.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가져가지도 않은 '무소유 다비식'이다.
병이 깊어가던 2008년 5월 여름안거 결제 법문에서도 법정 스님은 '버리고 떠나기'를 거듭 강조했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버렸더라도 버렸다는 관념에서조차 벗어나라.선한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일에 묶여 있지 말라.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지나가라." 덧없는욕심을 채우려 밥먹듯 도리를 저버리고,허례의 성대함으로 생의 성패를 가늠하는 풍조에 쩡쩡한 죽비를 치는 듯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