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미스의 삶을 다룬 대표적 '칙릿'(chick lit · 젊은 여성을 뜻하는 'chick'과 문학을 뜻하는 'literature'의 합성어)으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쇼퍼홀릭'을 꼽을 수 있다. 영화화될 정도로 인기를 구가한 두 소설의 특징은 하나같이 골드미스를 본질적으로 명품을 '추앙'하는 과소비 계층으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는 패션지 '런웨이'에 입사해 몰상식한 패션감각으로 따돌림을 받던 앤드리아 삭스가 샤넬 옷을 입자 동료들이 그를 달리 보기 시작한다. '쇼퍼홀릭'의 주인공 레베카 블룸우드는 새로 나온 고가의 캐시미어 니트를 사지 못해 밤잠을 설치다 결국 손에 넣고 난 후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나 두 작품은 골드미스의 삶을 보여줬다기보다는 골드미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배가시켰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각 분야의 골드미스 6명과 심층 인터뷰를 하고 설문조사를 한 결과,골드미스들이 명품을 선호하긴 하지만 소설과 영화에서 보여지듯 무분별하게 소비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게 잠정적인 결론이다. 단,싱글로 노후를 맞을 때를 대비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웠다.

▶필요한 것만 통 크게

이소정씨(39)는 올해 초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연봉이 30%가량 올라 8000만원이 됐다. 이씨는 "연봉의 절반을 재테크에 쓰고 있지만 소득 증가분만큼 재테크 규모를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혼이나 집 장만에 대한 부담이 없다 보니 한꺼번에 재산을 증식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어 정기예금 · 적금 등 안정적인 금융상품으로 운용하는 편이다.

골드미스의 쇼핑은 생각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이다. 필요한 것만 사되 과감히 투자한다. 과장 2년차로 연봉이 4500만원 수준인 김선미씨(36)가 쇼핑에서 통 크게 지르는 품목은 아우터,가방,신발이다. 루이비통이나 구찌 가방처럼 로고가 너무 드러나 소비지향적 이미지를 주거나 흔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한 달 씀씀이 마지노선은 200만원이다. 아우터는 조르지오아르마니나 구찌,가방은 프라다,신발은 드리스반노튼을 선호한다. 대신 이너류는 H&M을 적극 이용한다.

미국 드라마 '섹스 & 더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가 신고 나왔던 '지미추'는 어떻냐고 물었다. 김씨는 "너무 뾰족하고 높은 힐은 출퇴근할 때 신기 어렵다"며 "살 때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꼭 필요한 아이템만 사는 것이 골드미스의 경제학"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미스들이 가장 과감하게 돈을 쓰는 것은 여행이다. 양민아씨(36)는 "여행은 1년간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과 같은 개념"이라며 "지난 여름엔 친구 둘과 함께 뉴욕에 호텔을 잡아놓고 '먹고,쇼핑하고,공연 보고,자고'를 반복하다 왔다"고 말했다. 자연을 즐기고 싶을 때는 400만~500만원짜리 북유럽 3개국 투어도 주저하지 않는다.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절실하지는 않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정선희씨(39)는 "'인(in) 서울'은 어려울 것 같으니 서울 외곽에 집을 하나 얻어서 여유있게 살고 싶지만 독립할 시기를 이미 넘은 건지,언제 그래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며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33살에 연금보험을 들긴 했지만 꼭 필요한 것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골드미스' vs '그냥 미스'

골드미스와 단순히 '미스'의 재무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다를까. 골드미스 이정은씨(38)는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다. 자산은 2억원짜리 아파트와 적금이나 펀드 등 2500만원,부채는 아파트 임대보증금 1억원에 자동차 할부금 1500만원으로 순자산은 1억1000만원이다. 월급 450만원(세후)에서 쇼핑,외식,문화소비 등에 쓰는 비용은 190만원인데 재테크에 쓰는 돈은 100만원이 채 안 된다.

정재기 FN스타즈 PB는 "소비성 지출이 지나치게 많아 중 · 장기적으로는 매우 불안정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며 "향후 실업,건강 등의 이유로 소득 변동성이 커질 것을 대비해 예비자금으로 월 평균 지출액의 6배 정도를 준비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석 신한은행 WM사업부 재테크팀장은 "당장 소득이 높은 전문직일수록 소비성향이 강하고 노후 준비와 자산 투자에 둔감한 미스들이 많다"며 "전문직은 수명이 짧기 때문에 노후를 위해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일명 '그냥 미스'인 김지연씨(30 · 대기업 4년차)는 이씨에 비하면 지출이 적은 편이다. 예 · 적금,청약저축 등 2500만원에 학자금 대출 500만원을 빼면 순자산은 2000만원.세후 월 수입 250만원에서 쇼핑,외식,문화 등에 쓰는 비용과 재테크 투자는 각각 80만원으로 월급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 PB는 "김지연씨가 이정은씨보다 지출액은 적지만 소득이 높지 않으므로 저축 비중을 월급의 50%까지 늘리는 것이 좋다"며 "직급 상승에 따른 소득 증가분을 계획적으로 투자하면 몇 년 후 김씨도 골드미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는 결여감 채우려는 시도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는 "골드미스가 소비성향이 강한 것은 자신에게 결여된 것을 메우려는 무의식적 시도"라고 말했다. 쇼핑은 안정된 가정이 없다는 결여감과 외로움,결혼과 출산 등 인생의 변화가 없어 생기는 정체감을 해소하기 위한 무의식적 수단이란 것이다. 또 경제 · 건강 · 정서적 측면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해 심리적 보상 기제로 명품이나 고가의 내구재를 산다는 설명이다.

김 전문의는 "미혼과 기혼 중 어떤 쪽을 선택해도 공허함과 갈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친구,동호회 등 가족을 대신할 사회관계를 유지해 공허함을 없애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골드미스라고 해서 모두 소비성향이 강한 것이 아니고 열심히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이 더 많으므로 '골드미스'라는 단어에 담긴 편견을 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기별 인생 목표부터 설정을

전문가들은 골드미스가 기본적으로 투자할 금융상품으로 세제 혜택이 있는 연금상품(연금펀드 · 보험 · 신탁)과 주택종합청약저축을 꼽았다. 그런 뒤 단기,중장기,장기 인생 목표를 정하고 시기별로 생길 일에 맞춰 재테크를 하라고 조언했다. 세간의 편견과 달리 골드미스 중 많은 사람들이 연봉의 절반 정도를 재테크에 투자하고 있지만 합리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결혼을 안 한다고 가정할 경우 △부모님 용돈,여행 등 3년 내 일어날 일들을 위해선 원금보장이 되는 적금 △자동차,주택마련 등 3~10년 내 벌어질 상황을 위해선 중장기 펀드 △노후 등 10년 이상을 바라보는 경우엔 변액연금을 준비하는 것이 적합하다. 또 보험은 환급이 되는 보장성보험 대신 실손보험을 드는 것이 좋다. 보장성보험은 보험료가 비쌀 뿐더러 향후 물가상승을 고려할 때 환급금의 실질 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