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백에 드라이버가 두 개? 신제품을 시타해 보려는 아마추어 골퍼 얘기가 아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3위 필 미켈슨(39 · 미국)이 미국PGA투어 CA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드라이버만 두 개를 갖고 나와 주목받았다.

이유는 바람이 많이 불었기 때문이다. 대회 첫날인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랄골프장 블루TPC(파72)에는 최대시속 50㎞에 가까운 강풍이 불었다. 미켈슨은 경기 전 코치 부치 하먼과 의논해 드라이버를 두 개 갖고 플레이하기로 했다. 하나는 평상시 쓰는 고탄도 제품(캘러웨이 FT-9 투어 오센틱)이었고 다른 하나는 맞바람 · 옆바람이 불때 유용한 저탄도 제품(캘러웨이 FT-5 드로)이었다. 미켈슨은 이날 원래 갖고 있던 드라이버는 세 차례 정도 사용했고,나머지 10여개 홀에서는 저탄도 드라이버로 티샷했다.

미켈슨은 그러나 이날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적중률은 21.4%로 14개홀 중 세 홀에 불과했다. 그 반면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312.4야드로 68명의 선수 가운데 4위에 랭크됐다. 미켈슨은 첫날 버디3 보기2개로 1언더파 71타를 치고 앤서니 김(25 · 나이키골프) 등과 함께 선두 찰 슈워젤(남아공)에 4타 뒤진 공동 17위에 자리잡았다.

골프 규칙상 클럽은 14개까지 가지고 나갈 수 있다. 14개 이내라면 그 조합은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 미켈슨은 2006년 마스터스에서도 효과적인 코스 공략을 위해 페이드용와 드로용 드라이버 두 개를 갖고 나가 우승한 적이 있다. 그런가하면 2008년 US오픈(공동 18위)에서는 드라이버를 아예 백 속에서 뺀 채 한 라운드를 마치기도 했다.

한편 첫날 선수들은 '괴물(monster)'로 불리는 18번홀(파4)에서 곤욕을 치렀다. 길이 467야드인 이 홀은 왼쪽에 호수를 끼고 있는 데다 페어웨이폭이 좁은 곳은 25야드에 불과하다. 호수를 피해 오른쪽으로 티샷을 날리면 깊은 러프에서 두 번째샷을 해야 한다. 미켈슨을 비롯 어니 엘스,양용은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보기를 적어냈고,비제이 싱은 더블보기로 홀아웃했다. 이날 18번홀 평균타수는 4.647타나 됐다. 양용은(38)은 1오버파 73타로 공동 36위,재미교포 케빈 나(27 · 타이틀리스트)는 6오버파 78타로 공동 64위를 기록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