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주말,활기를 충전하려면 시장에 가자.이것저것 유심히 들춰보고 고르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좌판 가득 펼쳐진 물건들,흥정하느라 높아진 목소리는 시장에서만 보고 들을 수 있다. 나름대로 특색이 있어 구경하는 즐거움도 쏠쏠한 서울 시내 시장들을 둘러봤다.

◆동묘 벼룩시장과 서울풍물시장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벼룩시장이라면 지갑이 가벼워도 괜찮다. 서울 시내 벼룩시장의 대명사였던 옛 황학동 도깨비시장의 뒤를 이은 서울 동묘 벼룩시장과 동대문구 서울풍물시장(pungmul.seoul.go.kr)에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청계천 복원공사로 황학동 도깨비시장이 사라지면서 상인들이 동묘 벼룩시장과 서울풍물시장으로 나뉘어 들어갔다. 분위기는 약간 다르지만,얼핏 보아서는 잡동사니처럼 쌓여 있는 물건들 중 '월척'을 건져 올리는 행운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같다. 척 봐도 오래된 티를 내는 골동품,LP레코드처럼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속절없이 밀려났던 물건들,옛 주인의 손때가 묻은 책,둔탁한 모양새를 지닌 구식 가전제품 등 대체 어디에 숨었다 이제 나타났나 싶은 것들을 만날 수 있는 시장이다.

동묘 벼룩시장은 노천시장이다. 지하철 1 · 6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담장을 따라 옹기종기 좌판을 펼친 노점상들과 가게들이 나타난다. 동묘 벼룩시장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은 아니지만,그래서 정겨운 맛이 있다. 주말에는 인파에 치이는구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평일에는 오후 2~3시부터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토요일에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아침부터 장이 선다. 요즘에는 보통 오후 7~8시에는 다들 자리를 파한다고 한다. 단 날씨가 좋지 않으면 노점상들이 많이 나오지 않으니 이런 날은 피하는 게 좋겠다.

서울풍물시장은 의류,공예골동품,생활잡화 등 품목별로 상점이 배치돼 있어 돌아보기 편한 게 장점.실내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구경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하며 매달 둘째,넷째주 화요일에 휴장이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10월까지,7 · 8월은 제외)에는 시민들이 물건을 판매하는 장터도 마련된다. 지하철 1 · 2호선 신설동역 9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창신동 문구 · 완구 골목

새학기를 맞은 자녀를 두었다면,장난감을 사 달라고 조르는 아이가 있다면 부모가 함께 가볼 만한 곳이 창신동 문구 · 완구 골목이다. 좁은 골목에 문구점과 완구점이 즐비한 이 시장에는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 필기구,공책,필통 등 학용품부터 아이들이 마냥 발길을 뗄 줄 모르고 쳐다볼 장난감까지 다양하다. 커다란 인형과 로봇 장난감,통통 튀어오르는 공과 둥그런 훌라후프,색색 풍선과 각양각색 스티커 등을 둘러보고 있으면 어른들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 것 같다.

도매시장이기 때문에 시중 가게보다 가격은 다소 저렴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그런데 가게들끼리도 약간의 가격 차이가 있으니 구경 삼아 돌아다니며 비교해 보는 게 좋다고 한다. 도매로 물건을 받아가는 사람이 상당수지만 가게 대부분이 낱개로도 판매하니 쇼핑하기 수월한 편이다. 다만 주차 장소가 마땅치 않다.

지하철 1 · 4호선 동대문역 4번 출구로 나와 독일약국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다. 오전 8시에 상점 대부분이 문을 열어 오후 6시30분~7시30분 사이에 문을 닫는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상점 대다수가 휴무다.

◆답십리 · 장안평 고미술상가

낡고 오래된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예스러운 물건들이 빼곡하다. 가게 안에 다 들어가지 못한 물건들이 복도에까지 진열돼 있다. 답십리 고미술상가와 장안평 고미술상가 이야기다. 인근 거주자라면 지척에 있는 두 상가에 들어가 골동품들을 눈요기해도 괜찮겠다.

보통 답십리 고미술상가 권역으로 묶여 불리지만,사실 상권은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다.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1번 또는 2번 출구로 나와 안내판을 따라가면 바로 보이는 상가는 '답십리 고미술상가'라고 불리며,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4번 출구로 나와 장안평 방향으로 5~10분 정도 걸어가면 눈에 들어오는 상가는 '장안평 고미술상가' '장안평 골동품 종합상가' 간판을 달고 있다. 답십리 고미술상가에는 4개 건물에 100여 점포가,장안평 고미술상가에는 2개 건물에 50여 점포가 들어가 있다. 두 상권이 멀지 않아 걸어도 금방이다.

고미술상가에는 옛 정취를 간직한 갖가지 물건이 진열돼 있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비교적 부담없는 가격대부터 억 소리 나는 고가품까지 다양하다. 도자기,토기,서화,민속공예품을 비롯해 고가구,석물 등 온갖 골동품이 눈에 띈다. 조규용 답십리고미술상가 번영회장은 "고미술품 전반,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조상들이 쓰던 물품 및 중국에서 오는 공예품도 취급한다"면서 "종류로 따지자면 2만여 종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미술품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구입해볼 만한 물품이 있을까. 물품 종류와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워낙 천차만별이라 관심이 가는 물건이라면 문의해 보는 게 좋다. 홍상수 한국고미술협회 동부지회장은 "진품에 비해 훨씬 저렴한 재현품을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며 일요일은 휴무다. 장안평 고미술상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운영하며,첫째 · 셋째 일요일에는 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