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서로를 '가족이라는 이름의 원수'로 여기고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이 결국 "헤쳐모여!"를 외치며 재결합하는 과정을 매우 유쾌하게 그렸다.

연극의 화자는 할말 못할 말 가리지 않는,건방진 여중생 경선.어느 날 갑자기 4년 전 아빠의 '깽판'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했던 경선의 오빠가 돌아온다. 스무살 혈기왕성한 오빠는 술을 벗 삼아 무위도식하는 아빠를 누르고 집안을 장악한다. 여기에 오빠의 열여덟 어린 애인까지 덩달아 따라들어온다. 여기에 역시 집을 나갔던 엄마까지 며느리는 봐야겠다는 핑계로 슬그머니 집에 나타나기까지.'콩가루 가족'은 기로에 선다. 다시 붙을 것인가,아니면 도로 흩어질 것인가.

모든 등장인물은 망가지기에 웃긴다. 아빠는 오빠를 내쫓기 위해,자기 아들이 미성년자와 동거하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한다. "어머님~ 아버님~"을 외치며 한껏 내숭을 떨던 며느리는 소주 한 병을 '원샷'한다. 그림처럼 화목한 가정을 절대 이룰 수 없을 듯 살벌한 사람들이 한가족으로 다시 봉합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꽤 즐겁다. 여기에는 촌티와 궁기와 복고를 넘나드는 브라스 음악과 춤이 한몫한다.

소설가 김영하씨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5월23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2만5000~3만5000원.(02)766-6007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