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건물에 웬 미술관?'

15일 개관하는 '일주&선화 갤러리'는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 본사 빌딩에 있다. 이 갤러리의 개관 기념전 '한국미술,근대에서 길찾기-추사에서 박수근까지'에는 국내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즐비하게 내걸린다.

OCI(옛 동양제철화학) 산하 송암문화재단도 수송동 송암문화재단 전시관을 미술관으로 바꿔 오는 6월 개관할 예정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미술품 전시 공간인 '아트 사랑방'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알찬 기획전을 통해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직원들의 상상력까지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트 경영은 선택 아닌 필수=최근 2~3년 새 미술 분야에 뛰어든 기업은 흥국생명(일주&선화 갤러리)을 비롯해 현대 · 기아자동차(양재아트리움),한화 63시티(스카이 아트미술관),하이트맥주(하이트 컬렉션) 등 50여 곳에 달한다.

한진그룹은 내달 8일 대한항공 서울 서소문 사옥 1층 로비에 사진 · 미술품 전시를 위한 갤러리 '일우 스페이스'를 연다. 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일우재단이 운영할 이 갤러리는 1층 로비 대한항공 중앙매표소 자리에 547.2㎡(165.8평) 규모로 들어서며 개관 기념전으로 인기 사진 작가 배병우씨의 초대전을 마련한다.

하이트맥주는 서울 청담동 본사 건물 지하 1층과 로비에'하이트 컬렉션'(가칭)을 이르면 상반기 중 열 계획이다.

이 밖에 크라운 · 해태제과(쿠오리아갤러리),로얄&컴퍼니(갤러리 로얄),안국약품(갤러리AG),이브자리(이브갤러리),에르메스코리아(아틀리에 에르메스),샘표식품(샘표 스페이스),KTF(디 오렌지),금호건설(크링),애경그룹(몽인아트센터),KT&G(상상마당),동일방직(동일갤러리),곤지암리조트(갤러리 다르) 등이 미술품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기업들이 아트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민을 위한 문화 전시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미술 시장에도 큰 '승수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명품은 아트를 먹고 산다?=세계적인 럭셔리(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은 파리의 불로뉴 숲에 현대미술관을,까르띠에와 에르메스는 뮤지엄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스토리 마케팅 시대에 맞춰 소장품 전시 일변도에서 벗어나 회사와 직원,고객을 위한 갤러리를 활용하고 있다. 미술 문화가 명품 콘텐츠로 활용됨에 따라 총체적인 아트 디렉팅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일영 갤러리 한국미술센터 대표는 "21세기는 창조적 열정의 시대인 만큼 세계적인 기업일수록 아트 마케팅에 관심을 쏟고 있다"며 "임직원과 지역 주민,방문객들을 위한 기업들의 전시공간이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