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 대명사' 볼보, 시속 250km로 달려도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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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80 T6' 시승기
스웨덴 태생의 볼보자동차는 '안전의 대명사'로 불린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3점식 안전벨트를 비롯해 측면 사각(死角)을 감지하는 '블리스(BLIS)' 기능, 저속추돌 방지기능을 탑재해 '알아서 서는 차'로 유명한 XC60 등을 선보이며 '볼보는 안전하다'는 명제를 강조하고 있어서다.
볼보가 이달 중순 한국 시장에 출시하는 'T6' 라인업은 3000cc급 6기통 터보엔진을 탑재해 기존 모델의 동력성능을 크게 높인 차량들이다. 볼보코리아는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이들 차량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했다. 자동차에 있어 '고성능'과 '안전성'은 양립할 수 있는 가치인가를 판단하는 기회였다.
넓이 214만㎡의 광활한 시험연구소에는 정상적인 테스트가 걱정될 정도로 봄바람이 강하게 몰아쳤다. 고속 주회로에 들어서자 매캐한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 고속주행 테스트에 사용된 차량은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인 'S80'의 T6 버전, 285마력의 최대출력을 낸다. 이 차를 타고 텅 빈 트랙 위에 올라 망설임 없이 처음부터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이 차의 제원 상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6.9초. 그리 낮지 않은 수치지만 터보엔진을 단 것 치고는 초반 가속능력을 다소 자제한 느낌이다. 실제로 정지상태에서 출발한 후 체감 가속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민첩성보다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인상이다. 대신 일정속도에 이른 후에도 꾸준히 속도계를 오른쪽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이 특징이다.
180km/h에 이른 후에도 차체는 여전히 안정성을 유지했다. 속도도 꾸준히 붙여간다. 이후 200km/h를 넘어서자 조금씩 긴장감이 든다. 주행모드는 편안함보다는 도로 장악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성능 모드인 '어드밴스드'에 맞춘 상태로, 바람에 날려 트랙 위로 떨어진 나뭇가지를 밟고 지나가는 감각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220km/h 이후부터는 가벼운 어지럼증이 느껴진다. 이러한 현상은 이 연구소 고속주행로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경사를 지날 때 더욱 두드러졌다. 가드레일 바깥으로 튕겨 나가지는 않을까 불안해지는 순간이다. 상시 4륜구동(AWD)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조금 더 가속페달에 힘을 줬다. 지레 긴장해서 운전대를 틀지 않는 한, 달리는 차선을 곧잘 지켜나갔다.
250km/h, 이 차의 최고속도까지 밀어붙였다. 순간이 아닌, 십 수 초에 걸쳐 이 속도로 달렸다. 조금씩 손바닥에 땀이 배여 간다. 강한 바람소리가 들려오며 차가 흔들리는 착각까지 든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조그만 나뭇잎이나 모래알마저 위협적이다. 눈 앞은 조금씩 흐려지고 멀미 증세가 나타났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곡선코스를 줄곧 이 속도로 공략하기 어려울 듯 했다.
최고속도를 시험한 후 가속페달에 올려둔 오른발에서 조금씩 힘을 뺐다. 160km/h 안팎으로 트랙을 달리던 순간, 앞을 달리던 차가 빠른 속도로 눈앞에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앞차의 서행에 당황하며 제동페달을 힘껏 밟자 차는 예상했던 제동거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 큰 차체의 흔들림 없이 추돌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길이 5km의 트랙을 동승석 탑승을 포함해 6바퀴 돌아본 후 '볼보의 고성능 모델'로부터 받은 느낌은 자신의 주량을 정확히 알고 지키는 주당(酒黨)과도 같았다.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운전자가 위험에 몰릴 정도로 방관하지는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안전한 고성능차'의 두 상반된 가치도 이만하면 못 뚫는 게 없는 창과 부서지지 않는 방패는 아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