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아직 차고 잔디는 누렇지만 골프를 할 만한 계절이 왔다.

2010년을 잊을 수 없는 해로 만들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시즌 시작에 앞서 점검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올 한 해 건강한 몸으로 즐겁게 골프를 하고,또 원하는 스코어를 내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지난겨울은 눈과 강추위로 여느 해보다 필드행이 뜸했을 것이다.

겨울에 라운드를 했느냐 여부에 상관없이 골퍼들이 시즌에 앞서 체크해야 할 사항들을 항목별로 짚어본다.

◆준비를 철저히

본격적인 스윙에 들어가기에 앞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 놓아야 한다.

건강하게,즐겁게 살자고 하는 골프인데 골프 때문에 부상을 당한다면 안 될 말이다.

골프스윙은 한 방향 운동이어서 부상하기 쉽다.

특히 겨울에 골프에서 손을 뗀 골퍼들은 다시 시작할 때 조심해야 한다.

쓰지 않던 근육을 갑자기 움직이면 무리가 따를 수 있다.

클럽을 다시 쥐기 전에,연습장이나 필드에 가기 전에 며칠 동안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준비 상태'로 돌려 놓는 것이 부상을 막는 길이다.

스윙할 준비를 마친 뒤 연습장에 가면 우선 '기본'부터 점검해야 한다.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일컬어지는 잭 니클로스(70 · 미국)는 요즘에도 시즌 시작에 앞서 스윙 코치(짐 플릭)와 함께 기본적인 것들을 체크한다.

그립,정렬,겨냥,스탠스,셋업,프리샷 루틴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오랜만에 클럽을 잡는 골퍼라면 사소한 것이라도 기본에서 일탈하지 않았는지 점검해볼 일이다.

이때 코치의 도움을 받으면 더 확실하게,빠르게 알아볼 수 있다.

클럽별 거리도 확인해야 한다.

새 시즌을 맞이했다는 것은 한 살 더 먹었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7번 아이언으로 125m를 날렸으니 올해도 그만큼 나가겠지' 하는 생각은 틀릴 수 있다.

클럽 선택 잘못으로 볼이 목표를 벗어나는 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다.

올해 첫 라운드에 앞서 클럽별 거리를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클럽 볼 장갑 신발 등 장비도 살펴보아야 한다.

클럽은 옛것을 그냥 쓰려면 한 번쯤 미지근한 물로 닦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페이스에 새겨진 '그루브'(홈) 사이에 끼인 이물질을 제거해주어야 정확한 컨택트를 할 수 있다.

새 제품을 장만한다면 반드시 시타해본 뒤 자신의 체형이나 스타일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후회없는 길이다.

볼이나 장갑,신발,티 등도 사전에 점검하고 너무 닳았거나 없다면 새것으로 보충해 두어야 한다.

특히 신발은 바닥의 징을 새것으로 갈아줌으로써 착화감도 좋아지고,스윙하는 데 미끄러지지 않는다.

◆목표를 정하라

올해 목표를 하나 정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해보라.

목표가 있는 골퍼와 없는 골퍼는 차이가 날수밖에 없다.

홀인원이나 이글,생애 베스트 스코어 기록,한 자릿수 핸디캡 진입 등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퍼트는 항상 홀을 지나치게 친다' '임팩트 직후 1초만 머리를 잡아둔다' '어프로치샷을 할 때는 한 클럽 길게 잡는다' '인플레이 볼에 절대 터치하지 않는다' '실수해도 화내지 않는다' 등 한 해 동안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 하나를 잡으라.한 가지라도 1년 내내 집중하면 골프가 달라진다.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는 데는 좋은 습관이 밑바탕이 된다.

티오프 시간 30분 전에 도착하는 습관,매일 5분이라도 집에서 퍼터를 잡는 습관,기량을 넘어서는 무리한 공략을 삼가는 습관,라운드 전날 술을 멀리하는 습관 등은 목표에 이르는 지름길로 골퍼들에게 적극 권장하는 것들이다.

◆즐겁게 플레이하면 스코어는 저절로

2009년 미국 PGA투어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매치플레이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지오프 오길비(호주)는 "즐겁게 플레이하면 게임도 잘 풀린다"고 주장한다.

골프가 직업인 프로골퍼로서 선문답일 수도 있겠으나 아마추어 골퍼들도 참고할 만하다.

'내기 골프'나 스코어에 집착한 나머지 고성이 오가고,인상을 찌푸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본말이 바뀐 것이다.

골프의 즐거움을 누리는 대신 스트레스만 쌓아서 짊어지고 귀가하는 격이다.

욕심과 즐거움은 반비례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하다 보면 부담이 적어서 오히려 스코어가 잘 나올 수 있다.

즐겁게 플레이하려면 자신뿐 아니라 동반자 모두,그리고 그날 그 골프장에 간 골퍼 모두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상대를 배려함으로써 자신도 대접받을 수 있는 것이 골프다.

숲속에 들어간 동반자의 볼을 적극 찾아주는 일,자신이 남긴 모래 자국이나 디보트자국 · 볼마크를 반드시 수리하는 일,게임이 안 풀릴지라도 캐디나 클럽에 화를 내지 않는 일,앞 뒤 팀과 적당히 보조를 맞추는 일,동반자의 퍼트라인에서 어슬렁거리지 않는 일,홀아웃한 그린에서는 바로 떠나는 일,코스나 클럽하우스에서 정숙을 유지하는 일 등은 모두 배려하는 마음을 지닐 때 우러나오는 것들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