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 2장 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갖는다고 명시돼 있는 반면 미국 헌법 본문엔 집회의 자유 조항이 없다.

미국 헌법에는 27개 조항의 수정안이 있는데 그 중 첫 번째 수정안에 종교의 자유,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집회의 자유가 들어 있다. 주목할 대목은 유독 집회의 자유에 조건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바로 평화적인 집회여야 한다는 것이다. 집회가 평화적이 아닐 경우 헌법으로 보장받을 수 없는 폭력으로 간주해 경찰을 동원해 저지한다.

미국이나 한국 모두 국회의원은 당연히 집회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대통령과 장관,판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이들이 장외 집회로 투쟁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입법부의 최고 기관인 국회의원들의 장외투쟁 역시 상식밖이기는 마찬가지다. 장외투쟁은 힘없는 서민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삼는 것이지,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의 몫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얼마 전 흑인 의원이 인종 문제 관련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버스에 실려가는 모습이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한국에선 노조의 시위에 맨 앞에 앉아 동참한 국회의원들을 경찰이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돌아가 달라고 애원하다시피 애걸하는 것을 보았다. 너무나 대조적인 광경이다.

지난해 쌍용차 사태 당시 국회의원이 노조의 장외집회를 응원하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국회의원을 수갑을 채워 끌고 가는 미국이나 불법 시위를 은근히 부추기는 한국이나 지나치긴 마찬가지다. 허위 광우병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거부하는 시위 도중 경찰이 폭행당하는 장면이 미국에서도 방영됐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시위가 아니라 문화제라서 참석했다고 했다. 국회의원도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갖는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품위가 있다. 의원은 국회의사당 안에서 투쟁해야 한다. 미 의회에서는 '의원답지 않은 행위' 를 의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한다. 공무시간 중 비서들에게 별장 페인트 칠을 시킨 오하이오주 출신 '트래피칸'이란 하원의원의 의원직 상실안이 윤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 그는 단상에 올라가 그동안 자기의 업적과 동료로서의 의리를 생각해 의원직 상실만은 피하게 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허사였다.

그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안건은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결국 트래피칸은 의원직을 잃고 감옥에 수감됐다. 미국에서는 한번 의원직을 상실하면 다시는 의원에 출마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국회도 장외투쟁을 일삼는 의원들,즉 의원답지 않은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는 의원들은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 장외투쟁을 했다고 해서 의원직 박탈까지 하는 것은 심하다 해도 상임위원회에 일정 기간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징계처분을 받은 의원들은 지역구민들을 수치스럽게 만들었다고 집중 공격을 받기 십상이어서 다음 선거에서 당선이 어려워진다.

한국도 의원의 품위를 국격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국회폭력이 난무해 외국 신문을 장식하는 일은 세계 정상들이 서울에 모이는 상황에서 더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전 미 연방 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